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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Why] 경고음 없는 빚투 열풍

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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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비중이 0.6%라 문제 없다고요? 언제부터 시총과 견줘 신용융자 리스크를 판단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전직 금융당국 관료의 말이다. 지나가는 푸념처럼 들린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면 묵직한 지적이다. 이번 정부가 자본시장을 워낙 챙기다 보니, 리스크를 지적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 됐단 의미였다. "잘 나가고 있는데 굳이 찬물을 끼얹지 말라"는 분위기가 특히 강했다고 한다.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에 대한 선제적 검열 기조가 세지다 보니 "시총 대비 괜찮다"는 표현까지 나온 것 아니겠냐고 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변동성이 극심했던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은 주요 증권사들을 불러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투자 리스크를 점검했다. 당시 신용융자 잔고는 32조8천억원. 지난해 말 21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몇 달 만에 10조원 넘게 늘었다.

그 과정에서 당국은 "시가총액 대비 0.6% 수준으로 과거보다 낮다.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라고 강조했다. 맞는 얘길까. 최근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규모는 38조원에 육박한다. 두 달새 또 20% 가까이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 역시 43조원에 다다랐다. 월말 잔액 기준으로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3년 7개월여 만의 최대 규모다. 상황이 꼬이자 정부는 최근 고소득자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위험은 대부분 비율보다 변화 속도에서 나온다. 지난 2021년 동학개미 열풍이 거셌을 당시, 신용융자 잔고는 25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코스피는 3천선을 넘나들었다. 이후 금리 인상과 증시 조정이 시작되자 신용잔고는 순식간에 반대매매 물량으로 변했고, 하락은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됐다.

최근엔 신용융자와 마이너스통장 등 전통적 '빚투' 도구들 외에도 챙겨야 할 리스크 더 늘었다. 새롭게 등장한 레버리지 ETF와 ETN, 각종 파생상품까지 포함하면 특정 테마와 업종에 집중된 차입투자 규모는 수십조원을 넘어선다.

특히 최근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와 AI 관련 종목에는 레버리지 자금이 과도하게 몰려 있다. 이들 공통점은 주가가 오를 때는 상승폭을 키우지만, 방향이 바뀌면 많은 것이 꼬인다는 점이다.

최근 시장이 보여주는 모습도 그렇다. 주가가 오르면 신용이 늘고, 신용이 늘면서 다시 주가가 오르지만, 반대로 주가가 흔들리면 반대매매가 발생하고, 반대매매가 나오면 다시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우려도 이러한 '증폭 메카니즘'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반도체 조정이 급격히 진행된 이달 한국 증시에선 반대매매 규모가 수천억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전체 거래대금 대비 비중은 크지 않다지만, 최근 3년간 월별 기준으로 봤을 땐 올해 3월과 5월, 6월의 반대매매 규모가 '역대급'이었다고 한다.

시장은 비중이 아니라 방향을 본다. 누군가 강제로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가가 오르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시장이란 원래 예상치 못한 순간 흔들린다. 최근 환율 급등과 중동 전쟁, 미국 관세정책 변화, 금리인상 여부,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글로벌 자금 이동까지.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변수는 여전히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레버리지는 가장 먼저 불안해지는 고리다.

금융당국과 시장도 이를 모를 리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비중은 미국 금융자산 전체에서 보면 크지 않았다. 문제는 그 부실과 맞닿아 있는 고리들이었다. 지금 한국 증시도 비슷하다. 40조원을 내다보는 신용융자를 당장 줄여야 한단 얘기는 아니다.

다만, 시장이 흔들릴 때 나올 수 있는 수많은 리스크에 대한 경고도 함께 나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대표는 "그간 강세장을 이끌었던 주도주들이 실적 안정성까지 겸비한 경우는 없었다. 이번 강세장이 그간의 케이스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맹신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했다. 다만, 그는 "실적에 대한 믿음은 넘쳐나는 반면 리스크에 대한 경고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늘 그럴 때 터진다"고도 했다. (증권부 정원 차장)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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