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한국은행법 제1조 제1항은 한은의 책무를 물가안정으로 규정한다. 본점 로비에는 '물가안정' 글씨를 새긴 현판이 내걸려 있기도 하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동법 제1조 제2항에 규정된 금융안정이다. 단순히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넘어 금융시스템에 내재한 위험 요인을 식별·관리하는 임무가 한은에 부여된 것이다.
한국과 같은 개방경제에서 중앙은행은 금융안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전직 한은 금융통화위원의 고민이 담긴 책이 나왔다. 저자는 2014~2018년 금통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다.
저자는 정책 결정의 최전선에 섰던 경험에 기반해 개방도가 높은 신흥경제의 중앙은행이 한층 고차원적인 통화정책 방정식에 직면한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금융사이클의 충격이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훨씬 강하고 빠르게 전이된다는 이유에서다.
실물경기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금융사이클은 자산가격의 거품 형성과 붕괴를 초래해 경제에 충격을 가져온다.
저자는 1부에서 금융사이클의 이론적 토대와 스필오버(spillover) 메커니즘을 정리하고, 2부에서 한국의 위기 경험과 금융구조 변화를 짚는다. 3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통화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검토하며 한국의 제약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4부에서 주요국 거시건전성 정책 체계를 비교한 뒤 한은의 역할 강화 방안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현재 국제금융체제가 미흡한 거시건전성 협력 메커니즘 등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결론 내린다.
그가 도출한 해결 방안은 실효성 있는 국제 최종대부자 기능 확충, 글로벌 금융안정 감시 체제 강화, 국제금융시장 다원화, 신흥국 국가채무 조정 체제 개선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개방 신흥국의 금융안정은 개별 당사국의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국제금융체제의 제도 개혁이 병행될 때 실질적으로 달성된다"며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균형 있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책무를 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은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중동 전쟁을 계기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등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와 더불어 급격한 글로벌 자본 유출입으로 신흥국 통화가 약세 압력을 받는 가운데 금융안정을 정면으로 다룬 이 책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함 교수는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와 금융경제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지낸 화폐금융론의 대가 프레데릭 미시킨 교수를 사사했다.
함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경제학과 조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쳐 2000년부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율곡출판사. 348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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