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미래에셋그룹의 스페이스X 투자는 단순한 해외 비상장 투자 성공 사례는 아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심에 서면서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올랐다.
비상장 시절부터 수천억원을 투자해 조(兆) 단위 평가이익을 거둔 데 이어 국내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투자 창구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다.
금융권에선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이 미래에셋의 글로벌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벤트로 보는 동시에, 박현주 회장이 지난 20여년간 추구해 온 투자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한다.
◇ 4천200억원 투자해 1조 평가익
미래에셋그룹은 2022~2023년 스페이스X에 총 2억7천800만달러(한화 약 4천2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만 해도 스페이스X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던 대표적인 비상장 기업이었다.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서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곳은 사실상 미래에셋이 유일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주가가 공모가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2분기에 인식할 세전 평가이익이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불과 몇 년 만에 투자원금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평가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이후 행보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비상장 투자는 IPO 이후 투자금 회수에 방점을 둔다. 상장은 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투자금 회수(Exit) 기회로 여겨진다.
하지만 박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박 회장은 최근 미래에셋 차세대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스페이스X를 장기 보유 자산으로 분류하며 단기적인 주가 등락보다 기업이 만들어낼 미래 가치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좋은 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상장 직후 급등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별한 기업이 가진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스페이스X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단순한 우주기업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회장이 주목하는 것은 로켓 발사 사업이 아니다. 스타십과 스타링크, 위성통신, 우주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가 연결되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다.
인터넷이 정보 혁명을 만들고 AI가 산업혁명을 일으켰다면, 우주 인프라가 다음 시대의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판단이다.
그가 스페이스X를 테슬라 초기 투자와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스페이스X를 사고 싶으면 미래에셋으로"
이번 IPO는 미래에셋의 또 다른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이스X IPO에서 한국 시장에 배정된 물량은 약 3억1천만달러 규모였다.
국내 투자자들의 청약 수요가 15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전체 신청 물량의 20% 정도를 배정받은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물량의 유통 창구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IPO에서 사실상 국내 유일의 투자창구 역할을 맡았다. 미즈호, ING, 맥쿼리 등 글로벌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당초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도 검토됐지만 미국 현지 상장 일정과 국내 규제 문제로 무산되면서 전문·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청약이 진행됐다.
스페이스X IPO에 참여하기 위해선 미래에셋을 통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앞서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지난 5일과 8일 진행된 총 5억달러 규모의 청약은 개시 직후 완판됐다.
미래에셋증권은 향후 이번에 확보한 물량을 전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에게 신청 비율에 따라 배정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IPO 성과를 넘어 미래에셋의 자산관리(WM) 전략과도 직결된다.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은 더 이상 주식 거래 수수료나 투자은행 수익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누가 희소한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스페이스X가 상징적 사례다.
비상장 시절 투자에 참여하고 상장 과정에서 물량을 확보하며, 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구조를 완성됐다.
특히 초고액자산가 시장에서는 이러한 효과는 더 부각된다.
스페이스X에 투자하기 위해 유입된 고객들은 해외주식과 연금, 대체투자, 패밀리오피스 서비스까지 미래에셋 플랫폼을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다.
미래에셋은 스페이스X 인수단 참여를 통해 글로벌 IB로서의 위상도 증명했다.
박 회장이 강조해온 '혁신기업 장기 투자'와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이 현실의 수익으로 증명됐고, 그 과정에서 미래에셋이 한국 투자자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 긍정적 의미로 평가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결국 스페이스X 투자의 진짜 성과는 1조원의 평가이익이 아니다"며 "이미 Xai 등을 포함하면 8천억원 이상이 투입돼 있다. 박 회장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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