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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ADR②] 신주 발행의 명암…주주환원 카드 성패 가를 듯

2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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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저변 확대 기대에도 기존 주주 희석 부담

FCF 50% 환원 계획·자사주 정책 구체화 여부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은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기존 주주 희석이라는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ADR이 미국 투자자에게 SK하이닉스 주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통로라면, 발행 과정에서 새 주식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회사가 이를 상쇄할 주주환원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향후 시장 평가를 가를 전망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78기 정기 주주총회 발언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단기적으로 주당 가치 희석 부담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ADR 상장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보유 자사주를 활용하기보다 일부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최대주주인 SK스퀘어의 지분율 20.0% 유지를 전제로 현재 상장 주식 수의 2.5% 이내에서 신주 발행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이 경우 예상 ADR 시가총액은 277억달러 수준으로 계산된다. 규모만 보면 미국 반도체 섹터 내 의미 있는 상장 물량이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당 가치 희석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SK하이닉스가 ADR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 수요가 있다. AI 서버 확산으로 HBM과 고성능 D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차세대 제품 대응을 위한 설비투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공정 난도가 높고 패키징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려면 안정적인 자본 조달 수단이 중요하다.

다만 자금 조달 명분만으로 희석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미 HBM 수혜와 실적 개선 기대를 반영해 크게 올랐다. 이 상황에서 신주 발행이 현실화하면 단기적으로는 기존 주주들이 주당순이익(EPS) 감소 가능성을 먼저 반영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이천시 본사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규모 주주환원 가능성…실적·현금흐름 뒷받침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ADR 자체에서 주주환원 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재평가를 이끄는 두 가지 촉매로 ADR 발행과 2027년 대규모 주주환원을 제시했다. ADR이 해외 투자자 기반을 넓히는 계기라면, 주주환원은 기존 주주의 희석 우려를 완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메리츠증권은 SK하이닉스가 2025~2027년 3개년 주주환원 계획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재원으로 주주환원을 실행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또 회사가 주주총회에서 제시한 현금보유 목표 100조원을 달성하면 주주환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봤다.

실적과 현금흐름 전망은 환원 여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메리츠증권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을 270조1천억원, 2027년 영업이익을 421조9천억원으로 예상했다. SK증권도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을 각각 271조9천억원, 423조8천억원으로 추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EBITDA에서 설비투자를 차감한 FCF를 2026년 260조3천억원, 2027년 380조5천억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메모리 가격 상승, HBM 수요 지속, 설비투자 통제라는 조건이 유지될 때 가능한 수치다.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거나 고객사 주문이 조정되면 환원 여력도 달라질 수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여부도 핵심 변수다. 신주 발행으로 ADR을 조성할 경우 주식 수가 늘어나지만, 일정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이 병행되면 기존 주주가 느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배당 확대도 선택지지만, 시장은 일회성 배당보다 지속 가능한 환원 원칙을 더 중시할 가능성이 크다.

젠슨 황 CEO가 SK하이닉스 HBM4E 웨이퍼에 남긴 사인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SK스퀘어 지분율도 변수…상장 이후 자본정책이 관건

SK스퀘어의 역할도 살펴봐야 한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최대주주로, ADR 발행 과정에서 지분율 유지와 그룹 지배구조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이 SK스퀘어가 지주사 최소 지분율 20.0% 유지를 전제로 ADR 발행 가능 규모를 추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ADR 구조는 단순 자금 조달뿐 아니라 최대주주 지분율과 맞물려 있다.

미국 투자자와 국내 주주가 보는 초점도 다를 수 있다. 미국 투자자는 AI 메모리 성장성, 마이크론 대비 밸류에이션 할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편입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주주는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과 실제 주주환원 규모를 더 민감하게 볼 수 있다.

결국 SK하이닉스 ADR의 성패는 상장 자체보다 상장 이후 자본정책에 달려 있다. 투자자 저변 확대와 지수 편입 가능성은 긍정적 변수지만, 신주 발행 규모와 환원정책이 불투명하면 재평가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월가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HBM 실적의 지속성, 투자재원 확보, 기존 주주 보호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ADR은 그 출발점이다.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미국 상장이라는 형식보다, 그 과정에서 주주가치가 함께 높아질 수 있는지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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