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외환당국이 서울외환시장의 선진화 과정에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모니터링 강화와 역내 흡수 방안을 꺼내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강제적 흡수보다 거래 유인을 높이는 방식이 우선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NDF는 역외 참가자들이 장외에서 자율적으로 거래하는 구조인 만큼 단기간에 국내 시장으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오는 7월부터 서울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한 이후 역내시장의 거래비용과 야간 유동성, 결제 편의성이 얼마나 개선되느냐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은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신 총재는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NDF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유관기관과 협력해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강제 흡수 어렵다…시장 편의성 키워야"
시장에서는 NDF 거래 수요를 역내로 옮기기 위해 거래 유인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NDF는 만기 때 원화를 실제로 주고받지 않고, 약정환율과 만기 기준환율의 차액만 결제통화로 정산하는 선물환 거래다. 보다 쉽게 달러-원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할 수 있어 해외 투자자들이 오래전부터 활용해왔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NDF가 편하다. 원화 계좌나 국내 결제 절차 없이 글로벌 장외파생상품 계약 체계 안에서 거래할 수 있다. 홍콩, 런던, 뉴욕 등 주요 금융허브에서 사실상 24시간에 가깝게 가격이 형성된다.
최근 당국이 거론하는 NDF 수요의 역내 흡수는 NDF 시장 자체를 없앤다는 의미보다는, NDF의 결제 관련 실수요 일부를 국내 현물환·선물환·스와프 시장으로 옮기려는 시도에 가깝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NDF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면서도 "NDF는 민간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거래하는 구조인 만큼, 이를 강제적으로 흡수시킬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역내시장의 거래 볼륨을 키우고 합리적인 가격과 편의성을 제공한다면 굳이 논딜리버리 거래를 할 필요가 줄어들 것"이라며 "엔화나 유로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거래되듯이, 원화도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해외 사례 보니…'규제보다 유동성'
해외 사례에서도 NDF 수요를 줄인 것은 규제보다 '역내외 시장의 유동성'과 '거래 편의성'이었다.
호주달러화는 NDF 시장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1980년대 변동환율제 전환과 자본거래 자유화, 통화의 자유로운 역외 결제가 맞물리면서 NDF 시장이 자연스럽게 축소됐다. 호주 당국이 NDF 거래를 직접 규제한 것이 아닌, 호주달러 자체가 역내외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결제되는 과정에서 비결제형 선물환 시장의 필요성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위안화는 역외 위안화(CNH) 시장 확대에 기존 NDF 수요 일부가 이동한 부분적 흡수 사례다.
다만 역내 위안(CNY)과 역외 위안(CNH)이 분리돼 있고, 자본규제도 남아 있어 NDF 비중이 줄어든 뒤에도 '이중 시장'이라는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와 달리 인도는 규제 중심 접근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역외 루피 NDF를 역내로 끌어오려는 과정에서 규제가 강화되자, 역내외 가격 차이가 확대되고 차익거래 포지션 청산이 겹치면서 헤지 비용이 커진 바 있다.
이는 NDF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하기 위해 규제보다는 역내시장의 거래비용과 유동성, 결제 편의성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나타낸다.
◇24시간 환시가 시험대…"거래량·호가 뒷받침돼야"
서울외환시장에서는 24시간 거래 체제가 NDF 역내 흡수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예정이다.
정부가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제도를 도입하고, 달러-원 거래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한 데 이어 24시 전환을 추진한 것도 NDF 흡수와 맞닿아 있다.
해외 투자자가 오후 3시30분 서울장 마감 이후에도 국내 시장에서 원화를 사고팔 수 있다면, 굳이 역외 NDF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다.
다만, 새벽 시간대의 낮은 유동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거래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아 호가가 얇아지면 작은 물량에도 달러-원 환율이 쉽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부터 24시간 거래 체제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관도 대형 시중은행과 일부 외국계은행 위주다. 지방은행이나 소형 증권사 등은 인력과 시스템 여건상 새벽 시간대 상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시장 참가자는 "24시간 거래 체제에도 새벽 시간대 참여자가 적으면 NDF 시장의 영향력이 크게 줄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결국 역내시장이 열려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거래량과 호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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