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진 가운데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에 배정될 예정이었던 공모주 물량이 전량 삭감됐다.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최종 배정 과정에서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 등에 판매 가능한 물량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14일 서울 한 미래에셋증권 지점 모습. 2026.6.14 city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에 올라탈 기회'로 기대를 모았던 스페이스X 공모주가 결국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한 주도 돌아가지 않았다.
국내 유일의 스페이스X IPO 인수단 참여 증권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배정 과정에서 '0주'를 통보받으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 공모주 확보 실패 케이스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번 '코리아 패싱'을 계기로 미래에셋의 글로벌 IB 경쟁력과 내부 투자자 보호 정책, 나아가 한국 자본시장의 위상까지 한꺼번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상장 직전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로부터 국내 판매용 공모주 물량을 배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초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는 미래에셋증권에 231만4천815주가 배정될 예정이었다. 공모가 135달러 기준 약 4천750억원 규모다.
하지만 상장 수시간 전 미국 기관투자자 수요가 폭증하면서 골드만삭스가 최종 배정 과정에서 미래에셋 몫을 사실상 전량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내 기관투자자와 전문투자자들은 청약 증거금을 모두 돌려받게 됐다.
우선 스페이스X 공모주 확보를 전제로 투자 전략을 짰던 자산운용사들이 비상이 걸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와 '한국투자글로벌우주기술&방산 펀드'에 스페이스X 공모주를 편입할 계획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일부 AI·테크 ETF에 스페이스X를 상장 당일부터 담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공모주 확보가 무산되면서 결국 장내 매수를 통해 편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공모가 135달러 대신 상장 이후 160달러 안팎의 시장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하게 되면서 기대했던 '상장 프리미엄' 효과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미래에셋을 통해 투자를 준비했던 투자자들이 직·간접적인 손해 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정확히 투자자들은 청약 증거금에 들어갔던 자금들의 '기회비용'을 문제로 삼는 분위기다.
앞서 미래에셋은 이달 초부터 국내 전문·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공모주 청약 절차를 진행해 5억달러 규모를 조기 완판시켰다.
청약 직전 "실제 배정받는 물량은 대표주관사의 최종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사전 통보했다는 게 미래에셋 측의 '방어논리'지만, 물량 확보가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사전 청약 절차를 진행한 점 등 미숙했던 운영에 대해서는 별도 대책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스페이스X가 상장 첫날 19% 넘게 급등하면서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미래에셋의 투자자 보호 관련 준비 상황을 점검했던 금융감독원이 이를 수시 검사로 전환, 미래에셋을 다시 들여다 보기로 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이 배정 무산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는지, 투자자들에게 관련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과도한 기대를 유발하는 마케팅은 없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물론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미래에셋의 '성장통'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IPO 시장은 한국과 달리 대표주관사의 재량권이 절대적인 것은 사실이다. 배정 계약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월가 '빅딜'에 직접 참여해 본 전례가 없다"며 "이렇다 보니 딜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향후 대응 등이 다소 안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래에셋 외에도 일부 글로벌 가상자산 플랫폼과 해외 투자기관 역시 배정 축소 또는 배제 사례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코리아 패싱' 논란이 향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본 미즈호증권은 미래에셋과는 정반대로 배정 물량을 뛰어 넘는 수준의 상당한 규모의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은 별도 코너스톤 투자자 자격으로 스페이스X 공모주를 배정받았다는 점은 더 민감한 대목이다.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을 통해 참여한 기관 청약에서 약정 물량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투자 구조지만, 국내 투자자에게 "미래에셋이 고객 물량은 놓쳤지만 계열사 물량은 확보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게 됐다.
이번 사태 후 미래에셋의 남은 과제는 단순 공모실패 수습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스페이스X 비상장 투자자로서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혁신기업 투자 역량을 어떻게 고객 가치로 연결할 것인지, 그리고 글로벌 IPO 시장에서 한국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어떻게 넓혀갈 것인 지가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 IPO 자체는 흥행했지만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대와 현실의 간극만 확인한 이벤트가 됐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다음 딜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