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 회복 속 반도체發 경계감 잔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채권시장을 짓누르던 이란 사태가 지난 주말 종전 수순에 접어들면서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이 주초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포함한 사실상 종전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안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추세적 강세 전환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15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합의가 이제 완료됐다"면서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에 따라 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전면 개방을 전적으로 승인하며, 동시에 미국의 해군 봉쇄의 즉각적인 해제를 승인한다"고 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아시아 장 초반 4%가량 하락한 배럴당 81.48달러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 속도가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제시한 '조기진정' 시나리오보다 빠른 경로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한은은 미·이란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고 호르무즈 통항이 연말경 전쟁 이전의 80% 수준까지 회복되는 것을 조기 진정 시나리오로 봤다.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평균 8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고, 이 경우 국내 성장률이 기본 시나리오 대비 올해와 내년에 각각 0.1%포인트(p)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6%, 2.1%이다.
A은행의 채권딜러는 "이란 사태가 채권시장 안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만큼, 이 부분에서 일단 한가지 걱정을 덜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국내 금리에는 반도체발 성장 모멘텀과 유가라는 두 가지 상방 요인이 있었는데 이번에 해소된 건 유가 쪽"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이번 종전 합의로 인해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이 지난 주말 금리 하락에 결정적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심이 어느 정도 살아날 것이라는 게 가장 우호적인 요인"이라며 "다만 성장률도 함께 올라갈 수 있어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긴 하지만, 최악은 조금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되돌림의 성격에 대해 "투심만 좋아진 것 같고, 과도하게 올랐던 금리 레벨이 정상화되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추세적 강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아직은 넘어야 할 산들이 좀 있을 것"이라며 "한고비를 넘긴 정도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단기자금시장의 긴장도 다소 누그러졌다.
C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지준일 등 일시적 수급 요인으로 증권사 위주로 단기조달 부담이 있었으나 주말을 기점으로 수면 아래로 내려간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단기 크레디트 시장은 "아직 약한 수준이며 회복은 미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딜러는 중장기적 금리 하락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 경로에 비해 금리 상승폭이 가팔랐던 부분을 되돌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과 별개로 시장에서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률 상향 가능성이 중장기적으로 금리의 상방 리스크로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오는 등 단기적으로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중기적으로는 숏뷰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과거 코스피가 연간 20~30% 이상 유의미하게 상승했던 해에는 다음 해의 성장률 전망이 분기마다 상향 조정되고, 실제 성장률도 상향되는 경향이 반복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반도체 호황이 당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주가 상승을 통한 내수 진작 효과로 다음 해 성장전망 상향까지 이어지는 메커니즘"이라며 "올해 주가 상승이 아직 내년 성장률 전망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은은 반도체 경기 시나리오에 따른 성장률 영향을 별도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반도체 낙관 시나리오는 올해 성장률을 0.5%p 높이지만, 비관 시나리오는 0.3%p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다음달 초 발표될 삼성전자 실적이 2분기 성장률 경로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란 전쟁 조기 진정으로 인한 성장률 상향폭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지만,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률 상향 가능성과 맞물릴 경우 누적적으로 금리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반기말을 앞두고 유동성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기말을 앞두고 일정 부분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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