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진 제공]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투자자는 지난 4개월 동안 평소와 다르게 '쉽게(?)' 트레이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 이란 매체의 보도로 시작됐고 끝이 났다.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다. 전쟁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곧"(shortly) 전쟁이 끝난다는 발언만 40번 넘게 했다고 한다. 당사자도 모르는 이슈였다.
트레이딩 논리도 단순했다. 모두 이슈를 제쳐놓고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면 '유가 상승→국채 금리 상승·달러 강세'라는 구조를 보였다. 긴장이 고조되면 주가는 하락하고 완화하면 상승했다.
이 때문에 뉴욕 특파원도 어느 순간 이란의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해야 하는 '테헤란 특파원'으로 변했다.
전쟁이 발발한 지 4개월차 접어들고, 종전 합의가 가까워지면서 시장은 최근 엄청나게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사이드 카는 25번, 서킷 브레이커는 3번 발동됐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지난 9일부터 80~9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작년 말 이 지수는 28.69였다.
뉴욕에 있는 한 증권사 법인장은 "그동안 전쟁 추이에 따라 움직였는데, 지금은 모두가 앞으로 어떻게 트레이딩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분위기"면서 "모두가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투자자는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고 있다. 5월 기준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9% 상승했다. 근원 PPI는 5.1% 급등했다. 실업률은 4.3%였다. 비농업 고용은 전달 대비 17만2천명 급증했다.
모두 연초와 달리 통화정책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가리키지 않는다.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완화 편향'(easing bias) 문구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조합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가는 생각보다 끈질기고, 고용은 생각보다 강하다. 미 국채 금리 30년물은 이제 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증시에 급변동성을 불러오고 있는 AI 분야는 어떻게 될까.
지난 1년 동안 시장은 AI를 성장 스토리로 거래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기업들이 엄청난 자금 유입을 경험했다.
하지만 앞으로 시장은 AI를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자금조달' 스토리로 보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자본지출(CAPEX)은 이미 연간 수천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문제는 대부분이 선투자라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고, 전력망을 증설하는 비용은 지금 발생한다.
반면, 수익은 훨씬 나중에 발생한다. 금리가 낮은 환경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는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최근 8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오라클도 주식 매각을 섞어 내년 5월까지 40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한다고 한다. 메타도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이미 70억달러 증자에 나섰다. 스페이스X도 상장 과정에서 750억달러를 조달했다.
빅테크 입장에서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 이전보다 훨씬 부담스러워졌음을 시사한다.
사모 신용 시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글로벌 사모 신용 시장 규모는 이미 2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통적인 대출 기능의 상당 부분이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이동했다. 호황기에는 효율적인 구조처럼 보였다.
그러나 높은 금리가 장기화하면 취약성도 드러날 수 있다.
사모 신용에 투자했던 투자자 입장에서 국채와 투자 등급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과거보다 유동성이 낮은 사모 신용 상품을 보유해야 할 유인이 약해졌다.
이는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댄 블루아울 캐피털은 사모 신용 관련 상품에 환매 제한을 설정한 이유로도 거론된다.
블랙스톤과 클리프워터, 파트너스그룹 등 여러 운용사는 연이어 환매 제한을 뒀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유동성이 생각보다 낮다는 사실을 여실히 체감하게 됐다.
이는 '금리 매력도 없는데, 유동성마저 안 좋다면'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월 기준으로 블루아울캐피털 펀드로의 신규 유입이 1년 전 대비 95%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것이다. 물가와 고용, 장기금리, 그리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중동이 시선을 붙잡고 있는 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문제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AI가 얼마나 큰 산업이 될지 보는 것보다, 이제는 그 산업을 떠받칠 자금이 지금의 금리와 신용 환경에서도 계속 공급될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jwchoi@yna.co.kr
최진우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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