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몰려도 배정은 별개, 증권사 글로벌 경쟁력 '시험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무산으로 향후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초대형 인공지능(AI) 기업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초대형 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3일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과 관련해 대표 주관사의 최종 배정 과정에서 판매 가능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고객 대상 주식 배정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납입한 청약 증거금은 전액 환불 처리됐다.
스페이스X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표적인 비상장 기업이다. 국내에서도 청약 수요가 몰렸지만, 최종 배정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 몫은 확보되지 못했다.
이번 사례는 해외 공모주 배정 구조의 특성을 보여준다.
해외 IPO 시장에서는 투자자 모집과 실제 주식 배정이 별개의 과정이다. 현지 대표주관사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투자가와 전략적 투자자를 중심으로 물량을 배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초대형 딜에서는 글로벌 연기금, 국부펀드, 대형 자산운용사 등이 우선순위를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페이스X 사례 이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향후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AI 대표 기업들이 IPO를 추진할 경우에도 유사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AI 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IPO가 현실화할 경우 기술주 펀드, 성장주 펀드, 연기금, 국부펀드, AI 전문 투자자 등 전 세계 투자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픈AI나 앤트로픽이 상장에 나선다면 최근 수년간 주목받는 IPO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수요예측 경쟁이 심해질 경우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물량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ETF 시장에서는 AI와 우주 산업을 주제로 한 상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장 예정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 다만 실제 공모주 확보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향후 상품 설명 과정에서는 편입 가능성과 실제 확보 물량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경쟁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IPO를 국내 투자자들에게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초대형 글로벌 딜에서는 최종 배정 과정에서 글로벌 IB와 핵심 기관투자자 네트워크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 사례는 특정 증권사의 실패 여부를 떠나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자본시장 내에서 어느 정도의 배정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라며 "향후 대형 기술기업 IPO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딜 소싱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공모주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 기준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인수단 참여 자체가 공모주 확보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앞으로는 실제 배정 권한, 예상 배정 규모,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이 더욱 중요한 판단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공모주 인수단인 미래에셋증권이 물량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공모주 청약에 나섰던 국내 자산운용사도 영향을 받게 됐다. 사진은 14일 서울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모니터에 스페이스X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광고가 나오는 모습. 2026.6.14 cityboy@yna.co.kr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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