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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지의 숫자 너머] 효율성의 나라

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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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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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는 언제나 기대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해왔다.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자원이 부족한 땅에 터전을 잡은 이들에게 효율을 높이는 방법 말곤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딸은 공장에서 돈을 벌게 하고 아들은 공부시켜 출세시키고자 했던 것도 제한된 자원을 가장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구성원에게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었다. 당시 남성은 사회적 성공 가능성이 가장 컸기에 가문의 유지와 노후 부양 의무를 지는 조건으로 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새마을운동은 얼핏 농촌을 공평하게 잘살게 하자는 운동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효율성과 경쟁을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도 있다. 처음 각 지역에 똑같이 시멘트를 공급하되 성과가 좋은 마을에 추가 자재를 대폭 지원하고 열심히 하지 않는 마을은 지원에서 배제했다. 그렇게 효율을 추구한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정부는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대신 수도권과 부산항을 잇는 경부축을 중심으로 고속도로를 뚫고 동남해안에 중화학 공업 단지를 집중시켰다.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해 바로 선적해 수출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입지였기 때문이다.

효율을 추구한 정책 결정이 막대한 비효율, 집적의 불경제를 낳은 역설. 참여정부는 이 비효율을 바로잡고자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내걸고 세종특별자치시와 혁신도시를 만드는 한편 공공기관을 대거 이전시켰다.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은 언뜻 보면 전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려는 '평등' 정신 혹은 지방 복지의 발로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극히 효율성에 근거해 내놓은 정책이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행이 1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혁신도시의 부족한 교통망이나 지역인재 채용에 대한 아쉬움이 곳곳에서 나온다.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자원이 질서 없이 분산되면서 수도권에 맞먹을 규모의 지역권 형성에는 실패했다. 산업연구원은 "그간의 지역 산업정책이 시도별로 사업을 선정하고 클러스터, 인프라, 투자 촉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급속한 산업구조 재편, 수도권 집중 심화 속에서 실질적인 성장 거점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교훈을 담아 이재명 정부는 '5극 3특' 전략을 내세웠다. 전국을 5대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로 재편하는 국가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 전략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분산을 넘어 대체 가능한 성장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초광역권이 스스로 인재와 기업을 끌어당길 정도의 규모와 산업 경쟁력을 갖추느냐에 5극 3특 전략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

반도체 투자 확대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 거점을 호남에 두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가 비수도권 투자를 독려하고 있고, 기업들도 업계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민과 국토가 성장의 기회와 혜택을 고루 누리는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나아가겠다.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클러스터를 포함해 국내 반도체 산업은 수도권 위주로 발전 중이지만 수도권은 전력·용수 공급 인프라를 더 짓기 어렵다. 재생에너지의 태반이 생산되는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재생전력을 보내려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이 추진 중이다. 이 재생전기를 생산한 곳에서 바로 쓸 수 있다면 효율은 높아질 수 있다. 호남은 새만금에 들어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과도 가까워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실익도 따져야겠지만 단기 효율에 매몰되기보다 장기 효율을 내다보는 선택과 계획이 필요하다.

독일은 베를린(IT), 뮌헨(자동차), 프랑크푸르트(금융) 등 다핵 구조로 여러 도시가 전문 산업을 갖고 있어 지방 분산이 효율성 저하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탈리아도 북부는 제조업 및 금융, 중부는 전통 공예와 관광, 남부는 농업과 조선업 등으로 지역별로 산업 특화도가 뚜렷해 지역 균형 발전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다극 체제로 균형 발전을 하지 않으면 '효율'을 달성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집값 안정과 출산율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는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의 좌표가 주목되는 이유다. (산업부 부동산팀장)

hjlee2@yna.co.kr

이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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