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시장금리가 오르며 은행권은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매칭시킬 자금 조달 방안을 마땅히 찾지 못하고 있다.
대체조달 수단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민간 보금자리론'이 출시되면 가계부채의 질적구조 개선뿐 아니라 예금금리 인상 경쟁 저하에 더해 뱅크런 대비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 등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올해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고려하지 않는 사실상의 '개점휴업'에 돌입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며 장기 금리 레벨이 오르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은행권은 금리가 오르며 커버드본드와 같은 중장기채를 이표채 형태로 발행하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만기까지 높은 금리 레벨이 고정되며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장기 고정금리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장기 고정금리를 확대하면 차주가 금리 변동 위험에 노출되는 비율이 줄어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다.
TF에서는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 부여 방안부터, 이에 대응하는 자금 조달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발표할 수 있는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현재의 5년, 10년 형태의 이표채 커버드본드 발행으로는 은행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늘릴 유인 자체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이표채는 발행기관이 만기까지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을 만기에 일시상환하는 채권을 말한다. 유럽 독일 등에서는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이표채 형태로 발행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반면, 덴마크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패스스루(Pass-through)형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고 있다. 패스스루 커버드본드는 조기상환을 포함한 원금과 이자의 현금흐름이 투자자에게 그대로 지급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보금자리론과 동일한 자금조달 형태의 은행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이 활성화되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만기까지 정해진 이자를 그대로 지급하는 이표채는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역마진을 떠안는다.
반면 미국식 MBS나 덴마크식 커버드본드처럼 콜옵션을 붙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시장금리가 내려가 차주의 조기상환이 늘면, 이에 연계해 발행 채권도 콜 행사를 통해 분할 상환할 수 있다. 기초자산과 채권을 연계해 장기간의 이자 부담과 역마진을 동시에 피하는 구조다. 통상 3년간은 중도상환수수료로 상환이 묶이는 만큼 '3년콜'을 전제로 설계할 여지도 있다.
이러한 대체조달 수단이 갖춰지면 금리가 올라도 은행권이 정기예금 금리를 따라 올리는 대신, 콜옵션부 커버드본드로 자금을 메워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2금융권과 예금 금리를 올리는 경쟁이 저감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LCR 측면의 실익이 크다는 평가다. LCR 산식에서 은행채 발행은 도매성 자금으로 여겨져 100% 유출로 잡히지만, 안정적 장기 조달은 LCR에 부담이 작다.
시장에서는 '민간 보금자리론' 상품을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HF)의 보금자리론과 수요처를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주택가격 6억원과 소득 요건에 묶여 정책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는 실수요자가 은행권 민간 보금자리론의 주요 타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은행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MBS형 커버드본드를 직접 발행해본 경험이 없어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조기상환 시 재투자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콜옵션부 채권을 보험사, 연기금 등 국내 장기 투자자들이 꺼리는 만큼 미매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정책기관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며 "기초자산과 연계된 콜옵션부 커버드본드 시장이 자리 잡으면 6억원 이상 주택을 타깃으로 하는 '민간 보금자리론'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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