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높을수록 정상기업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는 가운데 그 피해가 중소기업에 집중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경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차장이 15일 발표한 논문 '큰 한계기업, 작은 피해기업: 행정전수자료를 활용한 혼잡효과 분석'에 따르면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높을수록 정상기업의 투자·고용·생산성·수익성이 유의하게 하락하는 혼잡효과가 확인됐다.
이 차장은 한계기업을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상태가 3년 연속 지속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p) 상승하면 동일 산업 내 정상기업의 투자·고용 성장률은 0.14~0.18%p 하락했고, 이 효과는 2~3년간 이어졌다.
그는 이것을 낡고 큰 차들이 차선을 오래 점유하면서 정상적인 차의 교통 흐름까지 느리게 만드는 것에 비유했다.
특히 이 차장은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혼잡효과의 부정적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총요소생산성(TFP)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외감기업의 경우 혼잡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비외감기업은 0.45%p의 부정적 효과가 관찰됐다.
아울러 부정적 효과의 지속 기간도 비외감기업에서 더 길어 최대 4년에 달했다.
이 차장은 "작은 기업일수록 외부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적고 금융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한계기업이 같은 산업 내의 더 많은 자원을 점유할수록 정상기업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차장은 한계기업을 질서 있게 퇴출하는 제도를 정비해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석에 따르면 한계기업 25%를 퇴출할 경우 총요소생산성(TFP)과 부가가치는 각각 0.2%, 0.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견실한 정상기업으로 부실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생 가능성이 낮은 부실인지를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 차장은 덧붙였다.
이 차장은 최근 우리 경제 성장세가 양호한 만큼 관련 제도를 정비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봤다.
그는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경기가 어려울 때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여력이 있을 때 하는 선제적 과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2일 한은 창립기념사에서 '햇볕이 비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지금이야말로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해 나갈 때"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구조조정이 시급한 국내 산업이 어디라고 보냐는 물음에 특정 산업을 언급해 '핀셋형' 구조조정에 착수하면 다른 산업은 괜찮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산업별 특성을 감안한 원칙을 세워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계기업의 혼잡효과가 비제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비제조업일수록 내수시장에서 경쟁이 더 치열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하면서도 명쾌한 설명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이 차장은 이번 연구가 국내 최초로 외감·비외감기업을 포괄하는 행정전수자료를 활용해 한계기업의 분포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국내 최초 사례라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한계기업 연구가 대체로 재무자료 접근성이 좋은 상장기업과 외감기업에 집중됐다면서 "이번 연구는 잘 보이지 않던 기업까지 포함해 전체 그림을 그린 연구"라고 말했다.
국내 비금융기업 가운데 비외감기업의 비중은 96%, 외감기업은 4%다. 상장기업 비중은 0.3%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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