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글로벌 트렌드 따라…미국 인기 제품 중심 성장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K뷰티의 두 번째 항해를 이끄는 주역이 바뀌고 있다. 바로 인디브랜드다.
대형 레거시 브랜드가 뷰티업계 시가총액 1위를 빼앗긴 지도 1년여가 지난 지금, 인디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며 새로운 성장 공식을 써내려 가고 있다.
전통 대기업들은 기존 성공 방식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번 K뷰티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 시장서 K뷰티 위상 확인…ODM 생태계 뒷받침
1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달 화장품 수출은 11억8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2% 늘었다. 역대 5월 중 최대 실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경쟁력과 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수출 성장세의 중심에는 중소·인디브랜드가 있었다. 올해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31억 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70%(21억8천만 달러)에 달했다. 분기 기준 또한 역대 최고다.
이제는 업계 시총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게 된 대표 인디브랜드 에이피알[278470]부터, 승무원 스프레이로 유명해진 달바글로벌[483650], 조선미녀 브랜드를 중심으로 확장세를 펼치고 있는 구다이글로벌 등 인디브랜드들이 기회를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에이블씨엔씨[078520], 클리오[237880], 네오팜[092730] 등도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며 본격적인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인디브랜드의 약진 뒤에는 한국 화장품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생태계가 자리잡고 있다. ODM 기업들이 제품 기획부터 개발, 생산까지 빠르게 지원하면서 브랜드사들은 마케팅과 판매, 브랜드 구축에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 화장품 기업들은 연구개발부터 제조, 유통까지 자체적으로 끌고 가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지만, 현재 인디브랜드들은 ODM과 협업하며 상대적으로 발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 틱톡샵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는 등 소비자와의 거리도 좁혀나간다.
물론 모든 인디브랜드가 성공한다는 말은 아니다.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를 반복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K뷰티의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는 뜻이다.
◇중국 중심 공식 깨져…글로벌 히트 상품, 중국에서도 인기
중국을 넘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 화장품 업계의 시장 구분법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과 비중국 시장을 나눠서 봤다면, 이제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가 먼저 만들어지고 중국 소비자가 이를 따라가는 흐름이 관찰된다.
실제로 지난 달 1~25일 사이 중국향 화장품 수출액은 5% 증가했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대 증가에 그친 배경으로 중국 수출 부진이 꼽혔던 만큼, 기존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 시장 회복 여부는 올해 성장률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도 중저가 인디 브랜드 수요"라면서 "최근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뚜렷한 변화 중 하나가 중국 MZ세대들의 글로벌 트렌드 동조 현상"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 수출 회복이 곧 기존 강자들의 부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의 중국 매출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전년 동기 대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과 비중국을 나눠 화장품 시장을 견줘봤다면 이제는 글로벌 인기 제품이 중국에서도 인기 제품이 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중심 전통 강자들의 반격…승부처는 북미·유럽
기존 화장품 업계 강자들도 새로운 성장 전략을 꺼내들었다. 이들은 글로벌 유통망, 독자적인 연구개발(R&D) 역량부터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 등을 여전히 강력한 자산으로 갖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인디브랜드들을 넘어 아모레퍼시픽[090430], LG생활건강[051900]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시장 기대치를 넘은 실적을 기록했는데, 여기에는 북미, 유럽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주효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북미에서 핵심 온오프라인 채널인 아마존과 세포라, 코스트코 등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닥터그루트를 지난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코스트코 600여 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오는 8월부터는 미국 전역 400여 개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선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중국 시장을 여전히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는데, 매출 성장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전략을 바꿔 운영을 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등 오프라인 점포들을 없애고, 과도한 프로모션은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북미에서는 라네즈, 에스트라 등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권역을 넓히고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에는 인디와 레거시 간의 협업 구조가 새로운 성장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인디의 아이디어, ODM의 기술력, 레거시의 유통망이 결합된 삼각 협력 구조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표준 루트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정 국내 기업 간 경쟁보다는 K뷰티 산업 전반이 함께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흐름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경쟁사로 인식돼 경쟁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관측했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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