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알려달라" 미래에셋 측 질의에 골드만 '묵묵부답'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미래에셋증권에 배정 예정이었던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이 전량 삭감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미배정 경위 파악에 나섰다. 사진은 15일 미래에셋증권 서울 한 지점. 2026.6.15 jieunlee@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에서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주를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횡포'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서류에 231만4천815주(5천억원 규모)의 물량을 명시한 골드만삭스가 상장 5시간을 앞두고 설명 없이 한국 트랜치 물량을 전부 삭감한 것은 글로벌 IB시장에서도 극히 이례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골드만삭스의 횡포에 더해 한국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선택한 정책도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의 한 축을 떠받친 것으로 보인다.
◇ 상장 5시간 전 통보…'같은 출발선, 다른 결말' 일본은 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개인과 법인·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스페이스X 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1·2차 청약은 각각 1분과 2분 만에 전량 소진됐다. 총 모집 금액은 5억달러(약 7천624억원)였다.
청약 직전 공개된 공시에서는 미래에셋증권에 231만4천815주(공모가 기준 3억1천250만달러)가 배정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상장을 불과 5시간 앞둔 시점, 골드만삭스는 미래에셋에 "판매 가능한 물량이 없다"는 통보를 보냈다.
물론 미래에셋증권은 "SEC 공시자료에 기재된 인수 수량은 인수단 참여에 따른 인수 비율을 의미하며, 실제 투자자에게 판매 가능한 최종 물량 배정과는 구분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해당 문구를 물량 배정이 '제로'(0)가 될 수 있다는 극단적 방식으로 해석하는 금융사는 없다. 미래에셋 입장에서도 이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결국 골드만삭스의 횡포에 미래에셋은 청약에 참여한 국내 투자자들에게 증거금을 전액 환불해야만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법적 절차상 문제를 찾긴 힘들다.
현재 미국 IPO 제도상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재량권은 폭넓게 인정된다.
미래에셋 역시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검토했지만, 미국의 상장 절차상 주관사의 재량권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같은 시점, 같은 약정 물량대(약 3억 달러)에서 출발했던 일본의 결과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62억달러 규모를 신청해 공시된 물량의 7배인 22억달러어치의 공모주를 받았다.
한국은 0, 일본은 약정의 7배. 이 극명한 대비가 '코리아 패싱' 논란의 불을 지폈다. 글로벌 IB가 일방적으로 한국 투자자를 배제했다는 얘기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재량권이 있다는 것과, 그 재량권을 행사하면서 신디케이트 멤버에게 최소한의 설명조차 하지 않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번 사례가 글로벌 IB의 통상적인 관행인지, 아니면 이례적인 사례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골드만삭스 전체 수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인 반면, 일본은 약 7%에 달한다는 점도 '코리아 패싱'에 힘을 싣는 배경으로 꼽힌다.
결국 골드만삭스 입장에서도 기존 고객들을 먼저 챙기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게 아니냔 얘기다.
오랜 시간 금융 선진국으로 분류돼온 일본과 아직은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되는 한국을 두고 골드만삭스 측이 수요예측에 따른 기계적 재배분이 아닌 선택적 조정을 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안에 대한 검사를 확대한 배경에도 비슷한 시각이 깔려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검사와 관련, "향후 앤스로픽과 오픈AI 등 미국 증시 대형 IPO가 예정된 만큼, 첫 단추 격인 이번 스페이스X 공모주 미배정 사태의 경위를 철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사안이 단발성 이슈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앤스로픽, 오픈AI 등 초대형 빅테크 기업공개가 줄을 잇는 흐름 속에서, 한국 증권사가 신디케이트에 참여해 SEC 서류상 물량까지 배정받았다가 상장 직전 전량 삭감되는 패턴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당국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해서 논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공모주 배정 실패가 아닌 한국 시장을 대한 글로벌 IB의 '갑질'을 보여준 것"이라며 "골드만삭스 또한 신흥시장 가운데 한국이 갖는 존재감을 너무 과소평가했다"고 전했다.
◇ 원화·엔화 다 '약세'인데…환율방어 대응도 한 몫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를 위한 정책적 대응이 불러온 '나비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청약 신청을 1분 만에 '완판'이라는 이름 아래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과도한 달러 환전수요를 사전에 경계한 당국의 입김이 반영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페이스X 청약에 성공한 투자자들이 주식 대금 결제를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하는 만큼, 단기간 대규모 환전 수요가 원화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같은 시기 엔화 약세 국면이었음에도 미즈호증권을 통한 대규모 청약을 그대로 수용했다.
미즈호는 미국 법인을 통해 일본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신청을 받아 청약자 수와 청약 규모가 월등히 컸다.
같은 통화 약세 환경에서도 사전적 예방을 선택한 한국 외환당국과 사후적 관리를 선택한 일본 외환당국의 정책 대응 차이가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최종 배정이 어떤 기준으로 이뤄졌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다만, 원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청약 단계에서부터 규모를 선제적으로 줄인 결과가, 최종 배정 단계에서 협상력 약화로 이어진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국내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 조치가 '의도치 않게' 글로벌 IPO 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더 작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배정 번복의 이유를 묻는 질의를 즉각 보냈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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