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신용보증기금이 최근 건설업 위험 확대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 탄소전환 정책 등 달라진 사업 환경을 반영한 신용평가체계를 새롭게 도입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은 민자사업 신용평가모형(PPRS) 개편에 나섰다. 최근 건설업 환경 변화와 위험 요인을 반영해 평가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 규모는 1억2천만원 수준이다.
PPRS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추진되는 민자사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내부 모형이다.
민자사업은 일반 기업여신과 달리 사업 건수와 부도 사례가 많지 않아 통계모형보다 전문가 판단에 의존하는 평가체계로 운영돼 왔다.
신보는 이번 개편 작업에서 2022년 이후 건설업계 위험 증가와 사업 환경 변화를 분석하고 평가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투입자본 변동성 확대와 수요예측 실패 등 최근 민자사업의 주요 위험요인을 다시 들여다보고, 유사기관 사례를 토대로 평가기준 개선 방향을 마련한다.
특히 평가문항과 가중치를 전면 재조정해 위험 인식 수준 변화를 반영할 방침이다.
기존 계층화분석법(AHP) 기반 평가체계를 재점검하고 전문가 델파이 조사와 파일럿 테스트 등을 통해 평가모형의 현실 적합성과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ESG 요소를 별도 평가항목으로 반영하는 점이다.
신보는 현재 평가체계에 'ESG 평가' 항목을 신설하고 탄소전환 정책의 사업 영향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사회적 책임 강화, 윤리경영과 이해관계자 협의 등 거버넌스 요소를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 모형 개편 전후 성능을 비교 검증하고 장기평균부도율과 등급별 부도확률(PD)을 재산출하는 한편 보증충당부채 적립 수준의 적정성도 점검할 계획이다.
신보는 장기 과제로 AI 기반 심사 지원 기능 도입 방안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신보가 평가체계 개편에 나선 것은 기존 모형이 설계된 당시와 현재의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2022년 개편 당시에는 코로나19 여파 속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고 건설업계 상황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건설사 신용위험 확대, 수요예측 불확실성 증가 등이 겹치면서 민자사업을 둘러싼 위험 구조가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보 관계자는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진행 중이었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시기였으며 건설업계 상황도 현재와는 달랐다"며 "거시경제와 내수경제 환경이 크게 변한 만큼 최근 위험요인을 평가체계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재해 등 ESG 관련 이슈 역시 과거보다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이를 평가모형에 반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모형 정비를 넘어 민자사업을 둘러싼 위험 환경 변화가 반영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 건설사 신용위험 확대, 수요예측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민자사업의 리스크 구조가 과거보다 복합화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업성 자체가 핵심 평가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사비 부담, 운영 리스크, 규제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대재해와 탄소전환 정책은 더 이상 기업의 평판 문제가 아니라 사업의 현금흐름과 지속가능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ESG 역시 사회적 책임 차원을 넘어 신용위험 평가의 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자사업은 사업 기간이 수십 년에 이르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거시경제 환경 변화와 규제 리스크를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신보의 평가모형 개편은 앞으로 어떤 사업을 상대적으로 위험하게 보고 보증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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