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억 K-온디바이스 사업 본격 추진…車·가전·로봇·방산 겨냥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정부가 자동차와 가전, 로봇, 무인농기계, 방산 등 주력 산업 제품에 들어갈 국산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칩 개발을 본격화한다.
지난해 예고했던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최종 예산을 8천억원가량으로 확정하고 실행 단계에 올린 것이다.
이번 사업은 수요기업 맞춤형 국산 첨단 온디바이스 AI칩 10종을 개발해 완제품 탑재와 실증까지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지원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시제품 제작과 실증을 뒷받침한다.
[촬영: 윤영숙 기자]
◇ 8천억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칩 사업 '본궤도'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은 전날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2026년 AI반도체 M.AX 얼라이언스 상반기 총회'에서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기술개발 사업 설명회를 열고 세부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이 사업은 총 8천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국비 5천111억원, 민간 부담 2천891억원가량이 투입된다. 올해 국비 사업비는 1천305억원가량이며, 사업 기간은 2026년 7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54개월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총 27개 과제에 대한 제안요구서(RFP)를 공고했다. 자동차, 가전, 협동로봇, 휴머노이드, 무인농기계, 방산 등 주력 산업별 과제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 개발 과제가 포함됐다.
이번 사업은 단순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수요기업 맞춤형 AI칩을 실제 완제품에 탑재해 실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동차·가전·로봇·방산 등 실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필요한 성능과 사양을 제시하고, 국내 팹리스가 이에 맞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구조다. 이번 사업에는 현대자동차, LG전자, 두산로보틱스, 대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5개 수요기업이 참여한다.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기존 정부 연구개발 사업처럼 기술을 먼저 개발한 뒤 쓸 곳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수요기업과 팹리스가 완제품 적용을 염두에 두고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는 이를 '민간 주도, 민간 수행' 방식의 산업수요 맞춤형 사업으로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연구실용 시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에 국산 AI반도체를 탑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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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車·가전·로봇·방산에 맞춤형 AI칩 개발
자동차 분야에서는 차세대 자율주행차에 들어갈 고성능 AI반도체 개발이 추진된다. 차량 안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와 센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고, 자율주행 판단을 빠르게 돕는 반도체를 국산화하는 것이 목표다. 안전성과 보안 기능을 함께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차량용 AI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가전 분야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스피커 등 AI홈 제품에 들어갈 반도체 개발이 추진된다. 정부는 온디바이스 AI 기반 AI홈 제품 5종 이상을 국산화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용자의 음성, 표정, 생활 패턴 등을 기기 안에서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인정보 보호 기능도 강화하는 방향이다.
로봇 분야에서는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에 들어갈 AI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추진된다. 제조, 물류, 의료 등 다양한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 작업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AI 기능을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인농기계 분야에서는 방제, 수확, 운반 등 농작업 전 과정에서 스스로 작업할 수 있는 정밀 농작업 로봇 개발이 추진된다. 자율작업 정확도 95% 이상, 5종 이상 농작업 센서 연동, 실제 농업 현장 실증 등이 목표로 제시됐다.
방산 분야에서는 150kg급 고정익 무인기와 자율제어 시스템 개발이 추진된다. 전장 환경에서 통신이 제한되더라도 무인기가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AI반도체와 제어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AI 판단 지연시간을 10밀리초 이하로 낮추고, 표적 탐지 정확도 95% 이상을 달성하는 목표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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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시제품 제작·실증 뒷받침 계획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반도체 제조지원 TF도 공식 출범했다. 이번 TF는 팹리스의 고성능 칩 설계와 생산을 전방위로 돕기 위해 꾸려졌다. 국내 파운드리 기업 중 유일하게 참여한 삼성전자는 국산 AI칩 시제품이 일정 지연 없이 제작·실증에 들어갈 수 있도록 파운드리 기술지원과 제조라인 할당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국산 AI반도체 제조를 위한 파운드리 협력 방안'을 발표하고, K-온디바이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시제품 제작, 설계 자료, 반도체 설계 자산, 설계 협력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가전, 자동차, AI, 국방 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 가능한 제조 공정과 설계 지원 체계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2027년에는 2·4나노 공정에서 7회, 5~28나노 공정에서 11회 등 총 18회의 시제품 제작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 설계 지원 기업들과 협력해 팹리스와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사양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송태중 팀장(상무)은 "이렇게 만든 제품이 최종 고객에게 전달되어 시장이 성장한다면 수요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 파운드리, 그리고 우리의 파트너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그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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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패는 '완제품 탑재'에…상용화 사례 나와야
정부는 국내 팹리스 참여를 필수로 요구하고, 국내 파운드리와 국산 설계 자산 활용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국내 팹리스가 실제 상용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개발하고, 수요기업은 이를 자사 제품에 탑재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은 최근 추진된 AI반도체 칩 관련 사업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라며 "수요기업과 팹리스, 파운드리까지 함께 움직이는 구조인 만큼 실제 제품 탑재 사례가 만들어질 경우 국내 AI반도체 생태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국산 AI반도체의 상용화 사례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데이터센터용 대형 AI칩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크지만, 자동차·가전·로봇·방산처럼 저전력, 빠른 반응속도, 보안성, 맞춤형 설계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실제 성과는 양산 제품 탑재 여부에 달려 있다. 정부 지원으로 시제품을 만드는 것과 기업이 이를 실제 제품에 넣어 판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수요기업의 채택 의지, 팹리스의 설계 역량, 삼성전자 등 제조 기반의 지속적인 지원이 함께 맞물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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