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미국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고금리 장기화와 수익성 악화로 차입기업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규제 차익을 노린 생명보험사의 우회 투자 등 시장 규모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돼 있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미국 사모신용시장의 건전성과 시스템리스크' 보고서에서 "사모신용 차입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금리 부담이 가중되면서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사모신용시장이 다른 금융권역과 촘촘하게 연결된 만큼 자칫 금융시스템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 2배 폭등에 SaaS 기업 'EBITDA 마이너스' 속출
보고서에 따르면 사모신용 차입기업들은 제로금리 시기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연 12% 수준의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사모신용은 주로 변동금리인 SOFR(무위험지표금리)에 5~7%의 신용스프레드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팬데믹 직후 제로금리 당시 평균 6%였던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SOFR가 5%를 넘어서고 스프레드 또한 100bp가량 확대되면서 급등했다.
반면 차입기업들의 수익성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사모신용 대출의 41%가 집중된 정보기술(IT) 분야, 특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급발전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제품 주기마저 단축되면서 SaaS 기업의 약 50%가 마이너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 중이다.
이로 인해 2023년 기준 사모신용 차입자의 약 3분의 1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 미만 상태에 처했다. 최근 악화한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이 비중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빚내서 이자 갚기' PIK 급증…S&P BDC 지수는 고점 대비 29% 급락
차입기업들의 한계 상황은 이자를 현금 대신 추가 대출로 받아 메우는 'PIK(Payment-In-Kind)' 대출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2022년 5~6% 수준이던 PIK 대출 비중은 지난해 12%까지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는 이 비중이 14%에 달한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PIK 증가는 차입자가 사실상 채무불이행 상태에 진입했음에도 손실 인식을 미루는 행위에 불과하다"며 "결국 연체나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위험 분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펀드당 차입기업 수는 평균 100개 미만이며, 상위 10개 기업이 차지하는 대출 비중이 51%에 달해 특정 기업의 부실이 전체 펀드로 빠르게 전이되는 구조다. 더욱이 담보 설정이 어려운 무형자산 중심 기업이 많아 채무불이행 시 회수율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디케이트론 회수율(52%)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미 자산가치 하락은 시작됐다. 지난해 9월 기준 원금의 50% 이상을 상각처리(markdown)한 대출 비중은 소형 펀드 12.6%, 대형 펀드 8.3%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펀드수익률은 반토막이 났다. 실상을 반영하는 S&P BDC 지수 역시 지난달 말 기준 작년 2월 고점 대비 29.3% 폭락하며 가치 훼손이 본격화했음을 시사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가려진 8천500억불 사모ABS…실제 리스크 규모 '과소평가'
시장에서는 미국 사모신용 시장 규모를 약 2조5천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하며 시스템 리스크 유발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보고서는 이것이 '착시 효과'라고 반박했다.
우선 차입기업의 절반이 은행 대출도 보유한 '이중 차입자(dual borrower)'이며, 은행들이 사후적으로 대출 한도를 늘려주거나 사모신용펀드 자체에 직접 대출(백레버리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깊게 얽혀 있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이 규제자본 적립 부담을 피하고자 사모신용 대출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사모ABS(자산유동화증권)나 사모채권을 대거 사들인 점이 복병이다. 이 시장 규모는 8천490억 달러로 급증해 전체 BDC 시장의 2배를 넘어섰다. 생명보험사는 발행 잔액의 65%를 매입했으며, 이는 보험사 일반계정 자산의 14%에 달한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사모ABS 등은 사모신용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경제적 실질은 다를 바 없다"며 "실제 리스크에 노출된 시장 규모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연쇄 부실 시 우량자산 투매…금융시스템 전체로 위기 번질 것"
보고서는 사모대출의 특성상 평소에는 펀드 순자산가치(NAV)가 천천히 조정되겠지만, 차입기업의 건전성이 임계점을 넘어 급격히 악화할 경우 도미노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입기업 부실로 NAV가 일시에 급락하면 기관투자자와 생명보험사, 은행 등이 규제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우량 회사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부터 처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채가 많고 단기차입 의존도가 높은 투자은행과 일부 헤지펀드가 담보 가치 하락과 자금 회수 압박에 직면하며 유동성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자산 매각과 가격 하락이 서로를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져 금융시스템 전체의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2025년 미국 기업 파산 건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업 부문의 취약성이 누적된 상태"라며 "단순히 사모펀드의 레버리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때가 아니며, 금융시스템 전체의 연결고리를 주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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