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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합의] 종전 '첫발' 뗐지만…공식서명·핵·이스라엘 변수 여전

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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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약 3개월반 동안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다.

16일 CNBC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원유 공급 정상화 가능성에 주목하며 그동안 반영했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빠르게 걷어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환호하기는 이르며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는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될 예정인 잠정 합의에 불과한 데다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해제, 이스라엘 문제 등 민감한 쟁점들이 상당 부분 향후 협상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19일 공식 서명 성사될까…호르무즈 재개방도 관건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것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공식 서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완료됐다"고 밝혔지만 앞서 양국 협상 과정에서는 여러 차례 휴전과 합의 발표가 무산된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여전히 오는 19일 실제 서명을 할지 의구심이 남아 있다.

e토로의 조시 길버트 아시아태평양(APAC) 수석 애널리스트는 "합의는 실제로 19일 서명되기 전까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이번 분쟁은 상황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도 주시하고 있다.

아직 양국이 합의한 MOU 세부 사안에 대한 공식적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해협을 재개방하고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도 해제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메흐르통신이 보도한 MOU 조항에서는 30일 이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30일 내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조항들에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후 누가 통제권을 쥘지, 통행료가 부과될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미 양측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9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통행료도 없는 상태가 되는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60일간의 유예 기간 이후 안전한 통항을 위한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OU가 발표된) 일요일 밤과 금요일 사이에는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여전히 높은 이란 핵 협상 관문…美의회 승인도 험로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전쟁의 직접적 명분이었던 이란 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MOU 조항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향후 60일 동안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 등이 모두 이 기간 논의될 예정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핵 프로그램 관련 세부 내용은 향후 60일 협상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양측의 인식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AP통신에 최종 합의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폐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란 측은 여전히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유지한 채 국내에서 희석하는 방안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OU 초안에는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원칙만 재확인했을 뿐 원심분리기 폐기나 핵시설 해체,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등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훨씬 내용이 덜 상세한 MOU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감안하면 양측이 60일 이내에 향후 핵 프로그램을 어떻게 감시할지에 대한 기술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핵 협상뿐만 아니라 최종 합의의 전제 조건들로 MOU 초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이란 동결자산 해제 ▲원유 수출 제재 완화 ▲최소 3천억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계획 등은 향후 미국 내 정치적 논란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공화당 내 강경파와 민주당 등에서 이번 MOU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 나오면서 이란이 주장한 대이란 제재 해제를 위한 미국 의회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명확하다. 이란 측은 60일간의 협상 기간 동안 자국에 부과된 모든 1차와 2차 제재 철폐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런 조치는 미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대표적 대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합의에 대한 이란의 관점이 미국 협상팀의 주장과 다른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향후 핵 협상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법에 따라 이란과의 핵 합의는 의회의 검토와 표결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도 "나는 이란을 믿지 않는다"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미사일 프로그램을 해체하며 역내 테러단체 지원을 중단하지 않는 한 나쁜 합의보다 합의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역시 비판에 가세했다. 잭 리드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란 핵합의(JCPOA)보다 적게 얻어낸 결과"라고 평가했고, 세스 몰턴 하원의원은 이번 MOU를 "사실상 항복문서"라고 비판했다.

◇ '종전안 걸림돌' 이스라엘, 휴전 뒤흔들까

이스라엘도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이스라엘은 종전 MOU 발표 몇 시간 전까지도 레바논을 공격하는 등 그간 미국과 이란이 종전안 합의에 이르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종전 합의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영구적으로 종료하는 내용"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협상 당사자가 아닌 만큼 휴전 약속을 얼마나 지킬지가 변수로 남아있다.

이란이 레바논 휴전을 종전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시리아, 가자지구 내 군사행동 자유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는 우리를 구속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고, 이 합의는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종전안 발표 이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점령한 영토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레바논에서의 상황 때문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은 이에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 초반에는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최근 몇 주간은 이스라엘이 군사행동을 자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MOU에 앞서 "우리는 레바논을 포함해 이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합의에 매우 가까워져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모든 당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싱크탱크 마리타임 스트래티지 센터의 매트 라이제너 선임 국가안보 자문가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는 결국 이스라엘에 달려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jykim@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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