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원유 공급이 회복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지만, 합의 실효성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고 타격을 입은 원유 공급망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인 유가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간) 시장에서는 강세론과 약세론이 맞서는 가운데서도 종전 합의가 단기적으로 유가의 하방 요인인 데는 대체로 의견이 모였다.
스미토모상사 글로벌리서치의 혼마 다카유키 경제부장은 "세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상황 진전"이라며 "미국과 이란 양측이 모두 합의 준수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원유 공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먼저 확산했다"고 전했다.
유가 선물 가격은 종전 합의 발표 이후 8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이번주 말 예정된 종전 합의 서명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여 있던 선박들의 운항이 재개되고 이미 중동산 원유를 실은 선박들도 출항할 수 있어 가격 레벨을 더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포렉스닷컴의 라잔 히랄 애널리스트는 종전 합의 발표 이전부터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4달러 저항선 아래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반등하더라도 84달러 선에서 강한 저항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상대강도지수(RSI) 등 기술적 지표도 하방 모멘텀이 여전히 유효함을 가리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단기 거래 범위 하단을 배럴당 70달러 안팎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혼마 부장은 "다음 관건은 기뢰 문제 등으로 안전 운항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중동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별다른 차질이 없다면 원유 선물 근월물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안팎까지 내려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전 수준인 60달러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에 따라 원유 수급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곧바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로이터의 론 부쏘 칼럼니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모두 변화를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쏘는 칼럼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은 가까운 시일 내에 전쟁 이전 최고치인 일일 약 2천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유 수송량이 "향후 몇 달, 어쩌면 몇 년 동안 일일 약 1천600만 배럴 수준의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이런 잔존 위험은 유가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브렌트유는 3월 최고치인 배럴당 118달러에서 85달러 아래로 하락했지만 높아진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과 더욱 복잡해진 물류로 인해 전쟁 이전 수준인 60달러대까지 완전히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CNN은 근월물 유가가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선물 시장에서는 2031년 후반까지 유가가 70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원유 수급 긴장 완화는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류 리포는 "우선 수로에 남아 있는 기뢰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 작업에는 수주에서 최대 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수로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 중인 유조선이 대량으로 밀려 있어 원유 생산을 재개하고 선박 적재량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도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ING 분석가들은 "금융시장은 중동 평화 협정 가능성과 걸프 지역의 에너지 유출입이 재개될 가능성에 다시 한번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에너지 가격의 상당한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드러냈다.
MOG마켓츠의 사이토 가즈히코 대표는 최근의 유가 하락이 그동안 비교적 견조했던 미국 경기를 더 자극해 에너지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란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 서명 이후에도 뉴욕 원유 선물 가격이 크게 무너지지 않고 결국 배럴당 8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피단 에너지의 밥 맥널리 사장은 "만약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고 미국의 전략비축유와 같은 충격 흡수 장치가 고갈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올여름 후반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중반에서 후반대까지 치솟고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5달러 안팎의 사상 최고치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mjlee@yna.co.kr
이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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