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전반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는 '리스크온(Risk-on)' 국면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과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핵심 변수로 꼽고 있다. 주식 및 가상 화폐 시장에는 지정학적 위험 완화로 상승 모멘텀이 생겼지만, 고물가가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미 국채 금리와 달러는 당분간 완만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증시, 유가 하락 기대감에 급등…기술주 랠리
종전 효과가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주식 시장이다.
유가 하락 기대감에 가계 실질소득 증가와 기업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은 이미 위험자산 선호로 반응하고 있다.
16일 연합인포맥스 세계주가지수(화면번호 6511)에 따르면 전일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는 5% 이상 뛰었으며, 일본의 닛케이225도 장중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그밖에 대만, 인도 증시가 동반 상승했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으로도 자금이 유입됐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BBH)의 엘리아스 하다드 시장 전략가는 "이란과 미국이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단계적으로 재개방하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합의했다"며 "이는 일종의 평화 배당금으로 위험자산 선호 랠리를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주 급락했던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전일 5.45% 오른 14,099.62에 마감했다. 샌디스크가 6% 넘게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엔비디아도 3%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 완화가 더해지며 글로벌 반도체주 전반에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 수석 기술적 분석가는 "시장은 잘 알려진 재료를 미리 반영하고, 새로 취임하는 연준 의장을 시험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 내부의 매수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증시 자금이 다시 기술주로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베스코 자산운용 재팬의 토모 키노시타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유가 하락이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금융긴축 강도를 약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화면 번호 7209)]
◇ 美 채권시장, 인플레 잔존에 당분간 높은 수준 이어갈 듯
대다수 전문가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에도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미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 국채금리는 중기적 유가 전망과 인플레이션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스탠더앤드차타드(SC)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 이후 경기둔화 우려보다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즉시 개방된다고 하더라도 유가와 인플레이션이 당장 완화하기 어렵다는 전망 속 미 국채금리 역시 낙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하며 최근 3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네덜란드 ING의 파드릭 가비 글로벌 채권 전략 총괄은 "종전 협정 이후 미국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소폭 하락했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유지되어 온 4.45% 수준을 고수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즉, 유가 하락이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되고 채권 금리 하방도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파드릭 가비 글로벌 채권 전략 총괄은 "유가 하락이 전반적인 시장 금리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채권 수익률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 달 정도 더 높은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전이 지속할지 의구심이 지속하는 점도 미 국채 금리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JP모건 체이스의 파비오 바시 크로스애셋 전략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유가 하락으로 선진국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중동 정세의 변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말 4.7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 달러화, 종전에도 완만한 강세 전망 유지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험 완화에도 미국 경제가 견조한 만큼 달러화가 완만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란전쟁이 격화했을 때 대비해서는 상승분을 반납하겠으나 미국 경제가 견조한 데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완만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이란전쟁 이후 미국이 산유국이라는 점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 압력 등에 상승 압력을 받아왔다. 이란 전쟁 이전 96.6선에서 등락하던 달러지수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장중 100을 넘어섰다. 현재는 종전 기대감에 소폭 조정받은 99.6선에서 등락 중이다.
BBH의 엘리아스 하다드 전략가는 "미·이란 간 돌파구 마련에 대한 낙관론으로 국제 유가가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달러화가 최근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데다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는 경계감 등에 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다드 전략가는 "지정학적 공포 완화에 따른 달러 약세 압력보다 미국 경제의 상대적 견조함이 더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 달러화의 완만한 강세 전망을 유지한다"고 내다봤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시모나 모쿠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우려 완화가 달러화에 미치는 하방 압력보다는 미국 경제 활동의 영향력이 더 크다"며 "단기적으로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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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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