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기에 고가 재고 부담…정유 4사 구조 따라 노출도 차별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정유 업계가 유가 급락에 따른 '역래깅'(원유 도입 시차에 따른 마진 축소)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국-이란의 종전 선언으로 중동발 리스크가 급격히 해소 국면에 접어든 데 따른 반대급부다. 국내 에너지 안보를 위해 유지했던 높은 원유 확보율이 고가 재고 부담이라는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산업통상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5~7월 원유 확보율은 86%를 나타냈다. 전방위적인 외교적 노력이 더해지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했다. 이를 통해 지난 2일까지 기준 정유업계가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를 통해 조달한 원유 물량은 약 2천100만배럴에 달했다. 산업부는 스와프 운영 기간을 이달까지 연장했다.
[출처: 연합뉴스 그래픽]
확실한 에너지 안보 뒤에 정유사들의 득실 계산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쟁 리스크로 인해 스와프로 조달한 물량에 높은 값을 치렀던 탓이다. 직접 주문해 현재 이동 중이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올 원유 역시 비싼 가격에 계약됐을 가능성이 크다. 종전 선언 이후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 이러한 고가 원유 도입은 재고평가손실과 역래깅으로 이어진다.
다만 정유사별 내부 사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에 따라 역래깅 노출도는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는 추측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순수 정유 부문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에쓰오일(S-Oil)[010950]은 정제마진 위축과 유가 하락 영향을 강하게 마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 대형 석유화학 생산설비인 '샤힌 프로젝트'의 막바지 투자 자금 집행 시기와 정유 마진 하락기가 겹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를 통한 조달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마진 방어력이 당분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동 원유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따른 장기 수혜와 단기 충격이 교차할 수 있다. 지정학적 위기 동안 천문학적인 전쟁 위험 보험료와 해상 운임을 지불해 원가 압박이 심했다. 이제 물류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게 됐지만, 고가 원유 재고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지목됐다.
미국산 원유 등으로 경쟁사 대비 도입선을 다변화한 SK이노베이션[096770]은 석유개발(E&P)과 SK E&S 등 에너지 사업 전반에서 상호보완의 시너지가 중요하다. 배터리 부문의 손익 개선 시도 속에서 정유 부문의 역래깅이 희석될 여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중 원활한 수급을 위해 치른 비용은 일종의 안보 보험료 성격이 강하다"며 "정유사별 헤지 비율과 재고 평단가를 관리하는 재무적 관리 능력이 실적 발표를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jhlee2@yna.co.kr
이재헌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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