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국토연구원 5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부록]
(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월가에서 가장 인기있는 책으로 앤드루 로스 소킨이 쓴 '1929'가 손꼽힌다고 한다. 저널리스트인 소킨이 미국 대공황을 둘러싼 주요 사건들을 일지처럼 재구성한 이 책은 대공황이 단순히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시장을 둘러싼 일련의 부조리들이 얽히고설켜 극대화되는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대공황이 벌어진 당시에도 미국은 이것을 대공황으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증시는 공황(panic)이 잦았기 때문에 으레 있던 증시 현상 중 하나로 간주했고 그중에서도 낙폭이 컸던 사건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당시 폭락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은행의 대규모 인출사태(뱅크런)로 이어지며 결국은 정권 교체, 새로운 정권의 수습책 발표 등의 수순을 겪어야 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소킨의 저서를 따라가다 보면 당시 미국 증시는 언제 폭락하더라도, 또 은행은 언제 문을 닫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구조였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주가 조작은 일상화된 비밀이었고 은행은 이용자들이 보기에는 구분되지 않는 자회사를 통해 위험한 주식을 창구에서 팔고 있었다. 반복되는 급락장에서 은행 이용자들은 은행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순한 소문, 주식을 팔러 온 손님에게 앞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으니 유보하라고 했던 직원의 권유가 은행이 주식을 환매해 줄 자금이 없다는 말로 오인되면서 은행이 문을 닫는 뱅크런 사태가 터져버렸다.
지금 국내 주택시장의 전세 임대차를 바라보면 대공황에 비견될 충격이 터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첫째, 전세보증금의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60조원에서 170조원으로 알려졌지만 금융기관을 끼지 않은 사적 거래를 포함하면 1천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 정도가 있을 뿐이다.
둘째, 전세자금대출의 건전성 여부는 담보물건인 주택의 가치를 제거하면 임대인의 신용도가 좌우하지만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제3의 대부자가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신용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정부다. 정부는 주거복지를 이유로 전세대출보증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정부 보증을 이유로 은행들은 묻지마 대출을 감행했다. 정치권도 전세대출보증의 위험을 확인하기보다는 서민들의 피해를 정부보증기관으로 옮기는 데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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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임대차 시장에서 나타나는 불균형이다. 이미 서울은 전세가격 급등이 보여주듯 임차인에 비해 임대주택 공급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지난 정부 3년 동안 주택공급이 없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 정부도 작년 9월에 제시했던 공급목표, 정확하게 말하자면 착공 목표 이행성적이 현재로서는 낙제 수준이다. 결국 임차인들은 위험여부를 따질 겨를도 없이, 가격을 올려서라도 집을 구하려고 한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5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표에 따르면 중개업소 현장에서는 전국 기준으로 임차하려는 사람이 57.3%, 임대하려는 사람이 12.3%로 나타나 임차 수요가 압도적이었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임대주택 공급이 임차인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3*화약고에 화약이 가득 찬 상태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7월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국내외 금리차, 원화의 통화가치 등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2차례가 아니라 4차례 금리인상까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다락같이 오른 집값을 잡는 것 못지 않게 금리인상이 주택시장 전반에 가져올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주택시장에 묶여 있는 자금을 생산적 금융시장으로 가져오는 것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연못 속의 고래가 몸을 뺄 때는 신중해야 하는 법이다. 인공지능(AI) 밸류체인이 가져온 호황에 눈이 멀어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소킨의 저서 '1929'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번영과 낙관은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았는가"(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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