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케빈 워시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부임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가운데, 학계 절반 이상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제어 실패를 막기 위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미국 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미국 시카고대학교 부스경영대학원 클라크 금융시장 센터와 함께 경제학자 47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과반의 경제학자가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25bp) 이상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중동 전쟁 발발 직후였던 3월 조사 당시 응답자의 60% 이상이 '연내 금리 인하'를 점쳤던 것과 비교된다.
이번 설문은 미·이란 간 평화 합의 발표 시점인 지난 주말을 껴서 15일 오전까지 진행됐음에도 경제학계의 경계감은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이 중동 휴전 호재 속에서도 매파적 시각을 유지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의 기조적 관성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료비 폭등 여파로 3년 만의 최고치인 3.8%까지 치솟아 연준의 목표치(2.0%)를 두 배 가까이 웃돌고 있다.
브랜다이스 대학교의 스티븐 체케티 교수는 "우리는 아직 이 평화 합의의 구체적인 세부 조항을 다 알지 못한다"며 "무엇보다 우리가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의 상당 부분은 이미 경제 전반에 침투해 가동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도 트레이더들은 중동 평화 기류와 무관하게 연내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을 '인하'보다 훨씬 높게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노동 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경제 성장률이 궤도를 유지하면서 연준 내 일부 정책 위원들 사이에서도 추가 긴축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만큼 그가 임명한 케빈 워시 의장이 백악관의 눈치를 보지 않겠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SMBC의 미주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자문관 출신인 조 라보르냐는 "워시 의장이 대통령에게 약속했다는 이유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시장 생리를 모르는 소리"라며 "그의 통화정책 결정은 오직 하반기 거시 경제 데이터에 의해서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임 의장의 연착륙을 위해 위원회가 당장 이번 회의부터 무리하게 금리를 올리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고 분교(UCSD)의 앨런 티머먼 교수는 "금리 인상이 합리적인 조치일지라도 FOMC 위원들은 신임 의장에게 일종의 '허니문 효과'로서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이번 회의에서는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동결을 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시 의장은 취임 전 연준의 자산 보유고를 축소하고 시장 소통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레짐 체인지'를 공언해 왔으나 이 역시 속도 조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라보르냐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의장이 매우 외교적인 인물인 만큼 연준 내부의 신중한 접근 방식을 존중하며 시간을 두고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설문조사의 응답자 중 다수는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인 가운데 기술주들의 가파른 랠리가 되돌려진다면 신임 연준 의장이 주가의 급격한 하락과도 싸워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문 응답자의 약 4분의 3(75%)은 향후 1년 이내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20% 이상 급락할 확률이 평소보다 훨씬 높다고 경고했다.
티머먼 교수는 "뉴욕증시의 기록적인 랠리가 오직 반도체와 소수의 인공지능(AI) 수혜주에만 극단적으로 좁게 묶여 있다는 것이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로버트 바베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현재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며 "현재 위험 자산들의 밸류에이션은 지난 50년 역사상 가장 과도한 수준인데도 당국과 시장은 스페이스X나 테크 버블 같은 진짜 거대한 위험을 제쳐두고 '바나나 가격(소비자물가)' 같은 지표에만 목을 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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