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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종전에도 방향성은 오리무중…채권딜러들의 고민

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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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손은 한가한데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국내 증권사 채권딜러들의 최근 분위기를 보면 이렇다. 수익을 낼 만한 트레이딩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한 딜러는 "벌면서 쉬엄쉬엄한다면 괜찮은데, 이익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손을 놓고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며 웃었다. 웃음 뒤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채권 약세장에 대한 피로감이 역력했다.

종전 합의 이후에도 채권시장이 좀처럼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동 긴장 완화라는 호재가 반짝 금리를 끌어내렸지만, 약발이 오래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장 참가자들이 기대했던 '종전 랠리'는 예상보다 짧게 끝났다.

지난 16일 국고채 금리는 장 초반 상승세로 출발해 일본은행(BOJ)과 호주중앙은행(RBA) 통화정책회의를 무난하게 소화하며 보합권 거래를 나타냈다. 장 막판께 단기물을 중심으로 국고채 금리가 소폭 하락하는 수준이었다.

이날 오후 두시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발표와 '매파' 신현송 총재의 등판을 앞두고 관망 기류도 관찰됐다.

개회사하는 신현송 한은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6.6.1 scape@yna.co.kr

다음 날 새벽에는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도 나온다.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 기류가 짙었지만,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기 어려운 장이라는 게 시장의 솔직한 분위기였다.

방향성 베팅이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반도체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는 데다 원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압력, 확장 재정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금리 하방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3년물 기준 3.7% 수준에서 추가로 숏을 잡기에도 롱을 보기에도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방향성 대신 커브 전략이나 종목간 스프레드 거래, 차익 거래 등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장기물과 단기물 간 커브 기울기에 베팅하거나 지표물과 비지표물의 미세한 금리 차이, 유사 만기 종목 간 괴리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같은 국고채 안에서 발행 시기나 유동성에 따라 금리가 다르게 형성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노리기도 한다. 다만 이런 기회도 흔치 않다는 게 딜러들의 얘기다.

캐리를 쌓는 것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식되지 않는 한 선뜻 들어가기 어렵다. 최근 단기물 크레디트 채권마저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유동성이 좋지 않은 크레디트물에 손을 대기도 쉽지 않다.

단기자금시장이 버텨주고 있다는 점은 그마나 위안이다.

채권딜러들에게 단기는 단순히 만기가 짧은 채권이 아니다. 캐리 수익의 기반이 되고, 모든 손익 구조의 토대가 되는 영역이다.

한국은행이 레포 매입과 매각 양방향 운용을 정례화하면서 단기 유동성을 어느 정도 잡아준 덕분에 지금은 레포시장에서 큰 혼란은 나오지 않는다.

딜러들 사이에선 "단기까지 흔들렸으면 레고랜드 사태 같은 상황이 됐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스페이스X 청약과 맞물려 증권사 CP·전단채 시장이 일시적으로 출렁이기도 했지만, 레포까지 번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한편에서 중앙그룹 계열사의 신용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JTBC 회생 절차가 진행되면서 비우량 크레디트 시장에 대한 경계감은 상당히 커진 상태다.

지금은 우량 회사채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딜러들의 진단이지만, 추가 트리거가 터질 경우 중앙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번지고, 나아가 유사등급 채권 전반으로 충격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이미 채권시장 자체가 많이 약해진 상태여서, 작은 충격에도 흘러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셈이다.

연초에 세웠던 수익 목표는 대부분 의미를 잃었다. 지금은 연말까지 손익분기점(BEP)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기회를 찾으려 시장을 들여다보지만, 좀처럼 잡히는 게 없는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부 시장팀 정선미 기자)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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