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검사역의 분석
"감독체계 공백이 개인 불신 키워"
'정당한 헤지거래' 기준 마련해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1300억원 규모가 금융사고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금융감독 체계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였다는 주장이 나와 화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서 발간하는 금융감독 전문 학술지인 '금융감독연구'의 최신호(13권 1호)에는 금감원 선임검사역이 작성한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거래에 대한 법적 쟁점'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저자는 현행 법적 기준으로는 증권사 유동성공급자(LP)들의 '헤지 거래'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TF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이뤄지는 정당한 헤지인지, 수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인지 구분할 뚜렷한 잣대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공백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사고가 발생해도 감독당국이나 증권사 모두 사후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신한증권 사태, 개인 일탈 탓으로 돌려선 안 돼"
시장에서 증권사 LP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LP는 ETF 시장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대주면서 투자자가 합리적인 값에 사고팔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런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대가로 일반 개인투자자들과는 달리 규제상 편익을 받았다. 2020년 3월 공매도가 금지됐던 때도 LP는 '헤지 목적의 거래'란 이유로 예외 인정을 받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2023년 11월 공매도 금지 때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LP의 차입 공매도가 투기·차익거래 목적이라는 문제 제기였다.
증권사들은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불법·편법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대형사고는 반복됐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선 '헤지 거래'를 명목으로 한 투기적 거래로 대규모 손실을 낸 사고가 꾸준히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4년의 신한투자증권 사례가 대표적이다. 추가 수익을 노린 선물매매를 LP 업무로 위장하고 허위 스왑으로 손실을 숨기고 1천300억원까지 손실 규모를 키운 사건이다.
사고와 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에서도 헤지와 투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저자가 신한투자증권 등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는 이유다.
그는 "2008년 소시에테제네랄 49억유로 손실 사태, 2011년 UBS 23억달러 손실 사태, 2024년 신한투자증권 1300억원 손실 사태는 개인의 일탈로 봐선 안 된다"며 "'정당한 헤지'와 '투기적 남용'을 구별할 명확한 법적 기준이나 실효적 감독체계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결국 개미들 불신 키운 건 '감독체계 부재'
저자는 LP에게 공매도 예외 편익을 주려면 '정당한 헤지'에 대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확한 기준 없는 예외는 개인 투자자와 시장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정당한 헤지거래'를 정의하는 규정이 없다. 시행령은 공매도 순보유잔고 보고의무 예외사유로 '경제적 손실을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줄이기 위한 거래'라는 추상적 설명을 써 넣었다. 거래소 업무규정도 LP의 헤지거래 범위나 비례성 기준을 구체화하지 않고 있고 금감원에도 관련 내용을 다룬 가이드라인이 없다.
그는 "감독체계가 없으니 LP는 대부분의 공매도 거래에 대해 '헤지 목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감독당국은 명확한 기준 없이 사후적 재량 판단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LP들로선 법적 예측이 어렵고 개인투자자들은 LP 거래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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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의 헤지거래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현행 감독 인프라도 한계다.
LP가 선물을 이용해 헤지하더라도 별도의 '헤지 계좌' 등록의무가 없고, 한국거래소도 이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내 지수형 ETF의 경우 LP들은 거래세와 대차수수료 부담으로 현물주식 대신 지수선물을 활용한 헤지거래를 주로 한다. 이 때문에 LP가 선물 거래에 대해 "헤지 목적이었다"고 설명하면 금감원으로서는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제도 마련, 더는 방치할 수 없는 과제"
이에 저자는 국내외 판례와 미국·캐나다·유럽 등의 규제를 분석해 LP 헤지거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웠다.
크게 세 가지 요건이다. 헤지 대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게 먼저다. 또 실제 위험을 줄이기 위한 거래인지, 아니면 수익을 노린 거래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거래는 헤지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또 ELS 델타헤지 판례와 실무를 반영해 헤지비율 115%를 감독상 참고기준으로 제안했다. 이 비율을 크게 넘어서는 거래는 투기 가능성을 의심해 볼 만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논문에서 "ETF 시장이 날로 커지면서 LP의 역할 역시 막강해졌다"며 "LP가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명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정당한 헤지거래'의 정의와 판단기준이 법령·규정·가이드라인 등 제도적 수준에서 명확히 정립돼야 한다"며 "또 선물 헤지계좌 신고 의무를 실질화하고 통합·자동헤지 프로그램에 대한 감독 기준을 만들어 LP들에 대한 감독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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