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AMD도 '듀얼 소싱' 저울질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만 TSMC의 선단 공정 생산능력이 엔비디아와 애플, 브로드컴 등 대형 고객사 물량으로 포화에 이르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삼성전자를 대안으로 검토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1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AMD와 구글, 테슬라, BYD 등이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와의 생산 협력을 검토하거나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TSMC에서 신규 물량을 배정받기 어려워지면서 삼성전자가 복수 생산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TSMC 병목에 커지는 '듀얼 소싱' 수요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공급망의 무게중심이 단일 파운드리 집중에서 복수 공급망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글로벌 팹리스는 수율과 성능, 생태계 안정성을 이유로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AI 반도체 시장이 공급 부족 국면에 들어서면서 생산 가능 여부 자체가 전략 변수가 됐다.
TSMC의 첨단 공정과 첨단 패키징 라인은 엔비디아와 애플, 브로드컴 등 핵심 고객사 물량으로 사실상 포화 상태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I 가속기, 맞춤형 반도체, 전력 반도체 수요가 동시에 늘면서 선단 공정 생산능력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대만 집중도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고객사들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안을 검토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정 파운드리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납기 지연과 가격 협상력 약화, 생산 차질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오랜 부진을 뒤집을 기회가 열렸다. 삼성 파운드리는 그동안 선단 공정 수율과 대형 고객 확보 측면에서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TSMC 병목이 장기화하고 AI 칩 고객사들의 듀얼 소싱 수요가 커질 경우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첨단 파운드리 대안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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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TPU·AMD CPU 수주 가능성 부각
가장 구체적인 사례는 구글이다. 앞서 미 정보기술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구글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10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스피시'의 핵심 부품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차세대 TPU를 부품별로 TSMC와 삼성전자에 나눠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산을 담당하는 메인 프로세서는 TSMC의 1.4나노 공정을 활용하고, 삼성전자는 메인 프로세서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연결하는 메모리 입출력 다이를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메모리 입출력 다이는 AI 반도체에서 연산 장치와 메모리 간 데이터 이동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구글이 삼성전자를 후보로 검토하는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HBM을 비롯한 메모리 구조와 규격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AMD도 주요 잠재 고객으로 거론된다. 닛케이는 AMD가 이르면 2028년부터 일부 중앙처리장치(CPU) 제품의 위탁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AMD는 그동안 주력 CPU와 GPU 생산을 TSMC에 크게 의존해왔지만,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장기 생산능력 확보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테슬라와 BYD 등 모빌리티 기업들도 삼성 파운드리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테슬라는 이미 차세대 자율주행 칩인 AI6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긴 상태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역시 차세대 자율주행 칩 위탁생산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테일러 2나노가 중장기 실적 관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이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연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4~5나노 공정에서 확보한 고객 물량이 늘어나면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고, 연말부터는 분기 기준 흑자를 기록한 뒤 점진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이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테일러 공장은 내년부터 2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삼성전자가 추가 고객사를 확보할 경우 2028년부터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적자가 이어졌던 파운드리 사업이 안정적인 수주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은 가능성의 단계다. 구글의 차세대 TPU 논의도 메인 프로세서 전체가 아니라 메모리 입출력 다이 등 일부 핵심 부품을 맡는 구조에 가깝다. 그러나 AI 칩 공급망에서 한 번 신뢰를 확보하면 향후 더 큰 물량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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