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국민연금이 KB금융지주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분 보유목적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이 80%를 넘어서며 이들의 의결권 향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ISS 등 글로벌 자문사들의 입김이 더욱 세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일(17일) KB금융 주식 보유목적을 기존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2020년 2월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꾼 지 6년 4개월 만이다. 국민연금은 한국거래소에 단순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권리만 행사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도 제출했다.
이와 함께 KB금융 주식을 24만772주 처분해 보유 주식 수가 기존 3천334만1천919주에서 3천310만1천147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KB금융이 자기 회사 주식(자사주)을 소각하며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 지분율은 8.94%에서 9.33%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지분 보유목적을 변경하곤 한다.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지분율이 5% 이상인 상장사에 대해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중 하나로 보유목적을 공시하는데, 뒤로 갈수록 주주권 행사 강도가 세다.
통상 일반투자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지배구조나 자사주 정책, 이사 추천 등에 대해 주주제안 하거나 공개서한을 발송하는 등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형태다. 반면 단순투자는 주주총회 안건 찬반 등 일반 주주 수준의 권리 행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주활동 수위가 가장 낮고 소극적이다.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바꿨다는 건 최근 1년 내 서한 발송이나 비공개 대화 등 주주활동이 필요한 중점 관리 사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보통 이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당분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번 보유목적 변경이 주목받는 건 KB금융이 오는 11월 차기 회장 선임을 목표로 경영승계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7월 3일과 8월 27일에 1차·2차 숏리스트를 추린 후 9월 11일 인터뷰를 진행해 최종 후보자 1인을 가려낸다. 이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 11월 임시 주총에 선임안을 상정, 주주들의 의사를 묻는다.
앞서 국민연금은 주요 금융지주의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대부분 변경했지만 KB금융은 그대로 남겨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회장 선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직격 이후 금융당국이 마련하고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과 맞물려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국은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권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국민연금은 KB금융을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의 대주주지만, 회장 선임 등 주총 안건 가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현행법상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늘릴 수 없어서다.
이번에 KB금융의 경우 일찌감치 보유목적까지 변경해 더욱 힘을 뺐다. 물론 필요 시 언제든 다시 일반투자로 바꿀 수 있고, 당국이 준비 중인 지배구조 개선안으로 '룰'이 바뀔 가능성도 여전히 커다란 변수로 남아있다.
국민연금은 보유목적 변경이 KB금융 회장 선임 이슈와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해당 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들을 고려해 개별기업에 대한 보유목적 변경 이유는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KB금융의 회장 선임,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 논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지분이 강력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도 회장 선임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연합인포맥스 보유율 추이(화면번호 3265)에 따르면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17일 기준 80.05%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KB금융의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에 미국-이란 종전 합의, 하반기 금리 인상 기대감 등이 겹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사정에 밝지 못해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자문사의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잦다. 소수의 자문사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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