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미국 뉴욕 증시의 강력한 강세장이 '광기(Mania)와 유포리아(Euphoria·초낙관주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가격이 하락 방어용 풋옵션 가격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등 시장이 사실상 카지노판으로 변질했다는 지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6일(현지 시각) '미국 증시의 강세장이 광기 국면에 진입했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난 수년간 미국 증시가 거품이 아니라고 방어할 수 있었던 유일한 논거는 시장에 광기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며 "그러나 이제 투자자들이 다음 날 아침의 끔찍한 숙취(주가 폭락)를 알고 있으면서도 파티를 끝내지 않으려는 잔혹한 집착을 보이는 '진짜 버블'의 단계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광기의 증거로 스페이스X(NAS:SPCX)의 상장과 초단기 옵션 시장의 광풍을 꼽았다.
◇스페이스X의 거품 논란
스페이스X는 연간 매출의 90배가 넘는 1조8천억 달러(약 2천475조 원)의 기업가치로 지분을 매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이 무모한 거래인가 하면 투자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면서 "회사의 주관사 은행가들이 스페이스X의 인공지능(AI) 부문 매출이 2030년까지 100배 성장한 3천2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했고, 이에 따라 매수자들에게는 도리어 환상적인 거래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는 직전 회계연도에 5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가치평가 기준인 순이익 대신 매출에 초점을 맞추어 몸값을 산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거래 개시 후 단 사흘 만에 주가가 약 60% 폭등하며 기업가치는 2조 8천억 달러(약 3천850조 원)로 불어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금융 시장과 현실을 왜곡하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립자의 개인적 역량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의 초낙관주의는 머스크라는 인물을 훨씬 넘어선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로 대변되는 미국 주식의 장기 이익 대비 가치(밸류에이션)는 지난 2000년 닷컴 버블 정점 당시와 비교해 엇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옵션 시장의 투기적 과열 국면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이면에서 진행 중인 옵션 시장의 거래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본래 옵션은 주가 폭락 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매수하는 '보험 계약(풋옵션)'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옵션 시장 상당 부분이 주가 방향성에 도박을 거는 카지노에 가깝게 이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청산소(OCC)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옵션 거래량은 이미 2020년 거래량의 두 배 수준으로 폭증했으며 2026년에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도박에는 유용하지만 보험 기능으로는 거의 유효하지 않은 '초단기 계약'의 확장 속도가 두드러진다.
CME그룹에 따르면 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당일 만기 옵션의 거래량은 2025년 기준 2021년보다 3.7배 급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에서 평균 콜옵션(상승 베팅) 가격이 평균 풋옵션(하방 방어) 가격과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비싸진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일반적으로 통상적인 시장은 하방 위험 방어 수요가 커서 풋옵션이 더 비싸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매체는 콜옵션 가격이 이처럼 치솟은 것에 대해 소수의 투기 세력이 자산 규모가 훨씬 큰 기관투자자들의 보험 매수 활동을 수치상으로 압도할 만큼 격렬하게 거래하고 있으며, 주가가 달이나 화성까지 갈 것이라는 상방 베팅에 치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파티가 점차 통제 불능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투자자들이 숙취를 미루고 파티를 길게 이어가면 갈수록 향후 맞이해야 할 시장 붕괴(크래시)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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