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한미전략투자공사(KUIC)가 18일 초대 전략투자본부장에 김경한 전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을 선임한 배경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략투자본부장은 사실상 공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에 해당하는 자리인만큼 당초 시장에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투자은행(IB), 보험사 출신의 금융 전문가가 발탁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공사는 글로벌 무역·통상 전문가를 택했다.
이번 인사는 한미전략투자공사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반적인 연기금이나 국부펀드처럼 금융자산을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조직이 아니라, 한미 간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실행하는 산업·통상형 투자 플랫폼에 가깝다는 의미다.
한미전략투자공사는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핵심 실행기구로 출범했다.
반도체, 배터리, 원전, 조선, 방산, 인공지능(AI) 인프라, 핵심광물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미국 내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구조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단순히 주식과 채권을 사고파는 투자기관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주정부, 글로벌 기업, 국내 산업계, 금융기관을 연결해 실제 프로젝트를 만드는 조직인 셈이다.
전략투자본부장이 갖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자리의 성격이 CIO로 여겨지는 탓에 금융 포트폴리오 운용 책임자로 보이지만, 실제 역할은 훨씬 복합적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투자 대상 산업을 고르고, 미국 측 파트너와 협상하며, 국내 기업의 참여 구조를 짜고, 정부 정책 목표와 재무적 타당성을 동시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금융 지식만으로는 부족하고 산업과 통상, 공급망을 모두 이해해야 하는 자리"라며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이런 측면에서 공사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글로벌 무역과 통상, 원자재 조달, 해외 파트너십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철강과 배터리 소재, 핵심광물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전선에서 기업 전략을 다뤄온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미·중 갈등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직면한 통상 리스크와 현지 투자 과제를 경험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앞으로 다룰 프로젝트 대부분이 단순 재무투자가 아니라 산업정책과 통상협상, 공급망 안정이 결합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선은 박종원 사장 체제의 방향성과도 맞물린다.
박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출신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통상 현안을 두루 다뤄온 산업정책 전문가다.
여기에 포스코 출신 통상 전문가를 CIO 격인 전략투자본부장에 앉히면서 공사의 초대 진용은 금융보다 산업과 통상에 방점이 찍히게 됐다.
행정고시 40회로 산업통상부에 몸담아온 박 사장과 행정고시 38회로 외교부에서 통상과 무역 전반을 두루 경험한 이들의 합도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는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일반 연기금과 다른 조직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부펀드 성격의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KIC)는 장기 수익률과 자산배분이 핵심이다.
반면 한미전략투자공사는 수익성뿐 아니라 경제안보, 공급망 안정,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 한미 산업협력이라는 정책 목표를 함께 달성해야 한다. 투자 판단의 기준도 단순 기대수익률이 아니라 전략적 필요성과 산업 파급효과까지 포함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전략투자공사의 CIO는 펀드매니저라기보다 딜메이커에 가깝다"며 "미국 현지 프로젝트를 만들고 국내 기업과 자본을 연결하려면 금융보다 산업과 통상 네트워크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공사는 금융회사도, 전통적 정책금융기관도 아니다"며 "미·중 전략경쟁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의 전략적 미국 투자를 설계하는 실행 조직인만큼 정통 금융맨보다는 통상전문가가 더 적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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