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올해 중동전쟁과 채권 금리 급등 속에서도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던 신용 스프레드 시장에 최근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4월 제이알글로벌리츠 부도와 여천NCC의 등급 강등에 이어, 최근 중앙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하위 신용등급에 대한 위험 확산 우려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포함한 5개사(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제이티비씨,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 역시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며 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다.
◇유동성 위기 도화선 된 JTBC 채무불이행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지난 12일 발생한 제이티비씨(JTBC)의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 채무불이행(디폴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미디어·방송시장 위축과 광고 매출 감소라는 구조적 환경 변화가 현금창출력 저하로 이어졌고, 여기에 과도한 차입 부담과 조달 기반 축소가 맞물리면서 유동성 대응력이 취약해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짚었다.
특히 계열사 간 활발하게 이뤄진 자금 대여·차입 및 채무·지급보증 등 긴밀한 신용 상호연계성이 그룹 전체의 신용 위험을 빠르게 전이시키는 연쇄 고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SLL중앙의 경우 자체적인 생존 가능성과 재무안정성은 양호한 편이었으나 계열 전반의 유동성 저하가 반영되면서 신용등급이 B-로 강등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를 "개별 기업의 재무 융통성이 우수하더라도 계열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은 중앙그룹 계열사에 대한 등급 줄하향에 나선 상태다. JTBC와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은 최하 등급인 'D'로 강등되었으며, 중앙일보는 'CCC', 에스엘엘중앙은 'B-'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가 파악한 중앙그룹 계열사의 총 차입부채는 대출채권 1조2천384억원, 회사채·CP·단기사채·유동화채권 등에 제공한 신용보강 잔액 약 1조607억원, 신종자본증권 4천480억원을 합쳐 약 2조7천471억원에 달한다.
[신한투자증권]
◇금융권 익스포저 1.3조…전체 시장 영향은 "제한적"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사태가 전체 크레딧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신용 노이즈가 BBB급 이하 하위등급에 한정되어 있고, 회사채의 상당 비중이 리테일(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소화되어 금융기관의 직접적인 손실 익스포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 기준 금융기관의 총 신용공여 익스포저는 약 1조3천2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1금융권(은행)이 8천7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는 은행권 자기자본 대비 1% 미만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상당 부분이 부동산 담보 차입으로 이루어져 회수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위등급 발행시장과 투자 심리 위축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BBB급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중앙그룹의 퇴출로 발행 위축이 불가피하며, 개인 투자자 이탈과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강화로 재무적 융통성을 입증하지 못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장벽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더욱이 하위등급 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단기 자금 시장마저 지난 5월부터 증권사발 단기물(CP·전단채) 공급 과잉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어, 하위등급의 소외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기준금리의 추가 2회 인상이 전망되는 점도 차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자 감당하기도 버거워…하위등급 '옥석가리기' 필수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1분기 실적 기준 A급 및 BBB급 하위등급 기업의 재무 상태를 점검한 결과, 전반적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자산건전성은 양호한 편이나 '금융비용 커버리지'가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A급 기업의 'EBITDA/금융비용' 배율은 평균 1.9배로 하락했으며, BBB급 기업은 1.1배까지 떨어졌다. 다수의 하위등급 기업들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EBITDA)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2021년 발행된 저금리 채권의 만기 상환이 지속됨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금융비용 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금리 상방 압력과 기준금리 인상 리스크가 잔존하므로 보수적인 대응이 현명하다"며 "하위등급 채권의 캐리(이자 수익) 매력이 높지만, 하반기에는 상위등급 중심의 투자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A급 채권에 투자할 때는 단기 조달 비중이 낮고 금융비용 커버리지가 우수한 채권 위주로 선별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한투자증권]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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