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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미의 돈터치] 채권시장 숨통, 하이닉스가 틔운다

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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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나라가 못한 일을 기업이 하고 있다."

최근 한 달여 사이 채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크레디트 발행물 위주로 조단위 규모의 채권 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시장의 한 딜러는 이렇게 표현했다.

시장에서는 "기댈 것은 하이닉스 자금 뿐"이라면서 발행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 유통시장에도 일부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수주 사이 크레디트 발행시장의 일약 큰 손으로 부상했다.

지난달 만 해도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만기가 짧은 단기물 위주로 매수에 나섰지만 이달 들어서는 행보가 조금 달라졌다.

카드채와 캐피탈채 등 여전채 뿐만 아니라 공사채, 특수은행채, 시중은행채, 사회적 채권까지 매수 대상을 넓혔다.

만기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1년물 위주였다가 2년물로 늘어났고, 최근에는 한국전력공사 채권 28개월물과 34개월물까지 매수에 나섰다.

조 단위 매수가 반복되면서 은행들이 하이닉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내규를 고치고 만기를 조절하고, 이를 위해 전산 시스템을 손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비정형 만기를 선택하는 데도 논리가 있다.

반도체 공장 건설 공정에 맞춰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정해져 있고, 내년 성과급 지급 시기도 만기 결정에 반영된다고 한다.

자금이 필요한 시점을 정확히 맞춰 그때까지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발행물에 투자하는 구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은 이미 다 나와 있으니, 타임라인에 맞춰 만기를 쌓아두면 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이례적이어서 과거처럼 예금에만 넣어두기 어렵게 됐다는 점도 채권 매수를 선택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기념 촬영하는 최태원 회장과 젠슨 황 CEO

(서울=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컴퓨텍스 2026'에 참석, SK하이닉스 전시 부스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6.2 [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다른 이익 급증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무려 54조3천300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 34조9천억원에서 불과 3개월 만에 2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정도 현금이 쌓이면 굴릴 곳을 찾아야 하고, 채권시장이 그 출구 중 하나가 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37조6천억원을 찍었고, 2분기에는 6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간으로는 220~25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국고채 10년물을 매수하며 채권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의 채권 투자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 것에 비하면 삼성전자 자금은 채권시장에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보수적인 자금운용 전략을 꼽는다. 지난 5월 국고채 매수 자금도 회사의 고유자금이 아니라 임직원의 퇴직연금이었다.

삼성전자 회사자금은 예금이나 MMF, MMDA(수시입출식예금) 위주의 보수적 운용 원칙을 고수하며, 크레디트물 매수를 위한 허들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고채나 산금채 수준까지만 매수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회사자금의 채권시장 등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그럼에도 일부 기대가 남아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기업실적 전반이 좋게 나오면서 채권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여력이 생겼다고 봤다.

하이닉스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 자금이 채권시장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채권금리가 이미 크게 올랐고,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진 점 등은 향후 채권금리가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통화정책이 긴축사이클을 예고하고 있고, 재정정책도 확장기조인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의 잉여 현금이 발행시장을 받쳐주고 있다.

'나라가 못한 일을 기업이 하고 있다'는 말에서 과장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경제부 시장팀장)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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