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미래에셋증권에 배정 예정이었던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이 전량 삭감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미배정 경위 파악에 나섰다. 사진은 15일 미래에셋증권 서울 한 지점. 2026.6.15 jieunlee@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유의사항' 보도자료를 통해 한 가지를 지적했다. 청약대행 서비스를 통해 미국 공모주에 청약하는 경우 국내 배정 방식과는 다를 수 있으니 각별한 유의하라는 안내 메시지였다. 달러로 거액의 청약 증거금을 납부했으나 투자자 모두 1주도 배정받지 못했고, 청약증거금 반환시 환차손 등을 부담했으니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당시 민원의 골자였다. 대응은 단호했다.
당시 금감원은 "청약 경쟁률이 높아 상당수 투자자가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했으나 현지 기업공개(IPO) 중개사가 선정한 일부 고객엔 배정이 이뤄졌다. 투자자가 제공받은 약관에 손실 가능성이 기재돼 있는 만큼 금융사의 업무처리가 부당하다고 보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국내 투자은행(IB)업계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같은 이슈에 대한 금감원의 다른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현재 금감원의 칼끝은 국내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과정을 담당했던 미래에셋증권을 향해 있다. 금감원의 미래에셋 검사는 새로운 이벤트는 아니다. 검사는 이미 진행 중이었고, 기존 검사는 투자자 보호 절차에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하지만 '공모주 배정 무산'이 현실화하면서 과대·과장 광고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결국 금융사(미래에셋)의 업무처리가 미흡했는지를 보겠단 얘기다. 이를 두고 자본시장 일각에선 금감원이 '미래에셋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명확한 진단이 옳은 처방을 만든다는 것은 진리에 가까운 명제다. 다만, 현 상황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국내 시장 입장에서 빌런(악당)은 골드만삭스다. 다만 골드만은 한국 트랜치 자체를 날려 버린 이유에 대해 아직도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수단 미래에셋이 나서 상황을 수습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정이야 어쨌든 '물량 제로(O)' 사태를 야기한 장본인이다 보니 무슨 말을 한들 변명으로 치부돼 버린다.
이번 이벤트에서 유독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건 금감원이다. 문제는 금감원의 '자가당착' 가능성이다. 앞서 언급한 지난해 7월 보도자료는 현 상황과 100% 일치한다. 업무처리가 부당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결론도 이미 다 내놨던 사안에, 새로운 문제를 찾기 위해 들어간 꼴이라는 평가다. '무기한' 검사가 아닌 '무리한' 검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어느 섹터가 됐던 1등을 바라보는 시선의 절반 이상은 시기·질투다. '글로벌 IB'로 커 보려는 미래에셋에 대한 평가도 부러움이 반, 질투가 반이었다. 이번 사태 초기에 '표정관리'에 들어갔던 증권사들이 유독 많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다. 하지만 금감원의 스탠스가 드러나자 증권가 분위기는 정반대로 바뀌고 있다. "물량을 못 받은 게 죄냐"는 게 핵심이다. 결국 기껏 쌓아 놓은 레퓨테이션(평판)과 수익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사업 주체가 어딨겠냐는 얘기다. 사실상 피해자인 미래에셋에 검사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올린 SNS 글을 두고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줬다"고 옹호하는 자본시장 구성원들이 많은 것도 정확히 이러한 이유다. 하 원장은 "스페이스X 코리아 패싱은 결국 금융당국 과잉 규제 때문이다"는 취지의 글을 지난 16일 올렸다. 미래에셋이 물량 배정에 실패한 기저엔 당국의 스탠스가 더 큰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하 원장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청약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결국 당국 규제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독일·프랑스·네덜란드 투자자는 공모주 청약 기회를 부여 받았던 반면, 국내 미래에셋의 경우 오히려 '전문 투자자' 허들을 높이는 조처를 했다. 개인 투자자에게 기회를 나누겠다는 게 미래에셋 기존 입장이었지만, 어느 순간 미래에셋은 기존 스탠스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행보가 수익과 평판 관리가 최우선인 민간 증권사의 의지만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미래에셋은 전문 투자자로 허들을 키운 상황에서도 투자 적격 조건에 대한 광고 등을 최대한 자제하는 행보에 나섰다. 전문 투자자 청약을 이틀로 나누고, 매번 1분만에 청약 절차를 종료한 것도 의아한 대처라는 평가도 많았다. 청약 수요에 대한 관심이 물량 배정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명확한데도, 수요를 최대한 제한하기 위해 '고군분투'해했던 미래에셋의 행보는 당국의 환율관리 의지와 떼 놓고 어렵다는 얘기였다.
자본시장에선 금감원 또한 검사의 방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 감독당국은 배정 물량을 공시하고도 재량권의 범주에서 한국 트랜치를 전량 삭감한 골드만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예상보다 작은 물량만을 확보해 실망을 줬던 유럽 IB들에 대해서도 현지 감독당국이 문제 삼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본시장 주체들 사이의 '머니게임'에 입각한 의사결정 과정을 검사 대상에 올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대표는 "청약 과정에서의 물량 배정은 주관사 재량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측면이 큰 것은 맞다. 미래에셋 물량이 '제로'였던 것은 의외이긴 했지만, 골드만이 청약 물량 자체의 규모를 고려했다고 보면 불가능한 결정도 아니다"고 전했다.
'좌불안석'인 미래에셋은 보상안 마련에 돌입했다고 한다. 압박 수위가 높아지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만, 자본시장 내에선 이 지점에 대한 우려도 크다. 금감원은 앞서 언급한 보도자료에서 "공모주가 배정되지 않더라도 청약증거금(달러) 관련 환전수수료, 환차손, 금융비용(이자비용)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 달라"는 문구도 직접 넣었다. 자본시장의 컨센서스도 같다. 미래에셋의 절박한 상황이야 십분 이해하나, 자칫 보상안이라는 선례가 향후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IB 진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케이스로 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갈 길이 멀다는 것은 중론이다. 지금이야 증시 호황에 기댄 막대한 브로커리지 수익 덕에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걷어내고 나면 글로벌 IB로서 성과를 내는 곳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향후에도 앤스로픽과 오픈AI 등 글로벌 '초대형' IPO는 줄줄이 예정돼 있다. 스페이스X가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한국 자본시장은 증시 밸류업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가장 핫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이번 검사와 관련해 금감원의 결정이 더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국내에선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차기 증시를 이끌 '넥스트 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화는 이와 함께 병행돼야 할 필수 과제다. 금감원의 대응이 자칫 "혁신투자와 성장을 멈추라"는 메시지로 해석되지 않길 바란다. (증권부 정원 차장)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