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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일론 머스크가 품은 금융 야망

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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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인턴 출신으로 핀테크 엑스닷컴 창업

새로운 금융 꿈꾸며 트위터를 엑스로 바꿔

스페이스X 상장신청서에도 금융 야망 담겨

일론 머스크

출처: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 ○ 따르릉, 따르릉. 노바스코샤 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대학생 일론 머스크가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에 전화를 걸었다. "500만달러어치 채권을 살 수 있을까요" 머스크가 물었고, "문제없다"고 골드만삭스 트레이더가 답했다.

머스크가 사려던 채권은 '브래디 채권'으로, 브라질과 멕시코 같은 남미 국가가 미국 은행에 갚기 어려워하는 채무를 미 재무장관 니콜라스 브래디가 한데 묶은 증권이었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국채와 같았기에 머스크는 달러당 50센트의 가치가 있다고 봤는데, 일부는 20센트에 팔리고 있었다. 골드만삭스와의 거래는 "대박"이라고 생각한 머스크, 노바스코샤 은행 상사인 피터 니콜슨에게 즉각 내용을 보고했으나, "우리는 이미 남미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퀸스대학교를 다니던 젊은 머스크가 은행업에 실망하게 된 순간이었다.

니콜슨은 세계적인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책 '일론 머스크'에서 이때를 회상하며 "일론은 은행이 실제보다 훨씬 더 멍청하다는 인상을 받고 떠났어요. 하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었어요. 왜냐하면 그로 인해 그가 금융산업에 대한 건전한 경멸을 품게 되었고, 결국 나중에 페이팔이 되는 것을 출범시키는 대담함을 갖게 되었으니까요"라고 했다.

은행을 떠난 뒤 머스크는 온라인 도시정보업체 집투를 창업·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으로 테크기업 창업에 성공한 머스크는 1999년 초 은행 시스템에 관한 책들을 탐독했다. 노바스코샤 은행에서의 경험은 은행업계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에게 가르쳤다. 그해 노바스코샤 은행에서 사귄 동료와 엑스닷컴(X.com)을 설립했는데, 예금·대출·신용카드·투자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은행이 지향점이었다. 엑스(X)라는 알파벳을 회사명에 붙인 이유도 금융의 교차로(X)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원스톱 온라인 은행 겸 소셜네트워크를 추구했던 머스크는 네트워크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경쟁사와 합병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고, 엑스닷컴을 페이팔 운영사 컴피니티와 합쳤다. 통합 이후 머스크는 컴피니티 출신과 반목했다. 전자결제에만 집중하는 페이팔의 전략에 반대했던 머스크는 "지금은 진정한 디지털 은행을 만들기 위한 시작 단계에 불과해요"라며 은행산업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머스크와 생각이 달랐던 이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이사회에서 투표를 통해 머스크를 해임했다.

머스크는 페이팔에서 물러난 뒤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를 창업했고, 전기차 시대를 연 인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테슬라에서도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자동차보험 사업을 만들었고, 금융업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금융회사 인턴 출신인 이 혁신가는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했을 때는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졌고, 2022년쯤 결제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 미디어 시스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본인이 애용하던 소셜네트워크 트위터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 회사를 인수한 뒤 엑스(X)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그가 20여년 전 꿈꿨던 원스톱 온라인 은행 엑스닷컴의 부활이었다. 머스크는 엑스 이용자가 이용료를 지불하는 방향으로 수익모델을 개편하고자 힘썼는데, 이용료를 지불할 때 쓰이는 신용카드 정보를 엑스에 축적하고, 엑스를 언젠가는 거대한 금융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러한 의지는 로켓발사·위성통신 사업체로 알려진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신청서(S-1)에도 담겼다. 전 세계가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인 기업공개(IPO) 규모와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려는 미션에 시선을 빼앗긴 가운데, 스페이스X 위성통신망 스타링크에 인공지능(AI) 사업인 xAI와 소셜미디어 엑스가 얹어져 시너지를 낼 미래도 다가오고 있다.

특히 X를 '모든 것의 앱(Everything App)'으로 만들어 실시간 정보·통신·미디어·결제·뱅킹·커머스 등을 통합하려는 머스크의 목표는 국내외 금융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한 '테크 기업가'가 아니라 기술 위에 금융을, 인류의 경제를 얹으려는 게 머스크의 정체이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과거 페이팔 동료들과 회사 이름을 두고 싸울 때 꺼낸 이야기가 흥미롭다. "틈새 결제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페이팔이 더 낫지요, 하지만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장악하고 싶다면 엑스가 더 나은 이름이에요." (산업부 서영태 기자)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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