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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명목성장률 10% 후반 시대"…반도체 호황發 '풍요의 역설' 경고

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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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한국 경제의 고성장 국면을 두고 "역대급 호황은 그에 걸맞은 상상력과 실행력을 요구한다"며 성장의 과실이 부동산과 자산시장에 집중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김 실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명목 10% 후반 경제의 환희, 낯섦,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0여년 만의 이례적인 명목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한국 경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명목 성장률이 마지막으로 10%대를 기록했던 것은 2002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숫자만 놓고 보면 환호할 일"이라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고 적었다.

김 실장은 이번 성장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AI 투자 폭발이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폭증했다"며 "코스피 9000 돌파, 사상 최대 규모 경상수지 흑자, 법인세 수입 증가 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가와 영업이익, 세수, 경상수지 등 주요 지표들이 모두 좋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호황이 과거와는 다른 형태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 실장은 "1980~1990년대 명목 성장이 국내 물가 상승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의 명목 성장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기업 수익성 개선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그래서 이번 호황은 더 진짜인데 더 낯설다"고 표현했다.

그는 "거시지표는 뜨겁지만 자영업자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갑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폭증하는데 동네 상가는 공실을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장의 과실이 시차를 두고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실장은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3.8%였지만 실질 국민총소득(GDI) 증가율은 13.2%에 달했다"며 "지난 25년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격차"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우리가 파는 것의 가격이 우리가 사는 것의 가격보다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라며 "이미 확정된 구매력이 통계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반기 이후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성과급 지급과 임금 인상, 수출 대금 유입이 본격화하면 소비와 자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명품 소비가 살아나고 선호 지역 부동산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할 수 있다"며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 왔다"고 경고했다.

김 실장은 부동산 과세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세금만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먼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호황의 과실은 위로 향하고 긴축의 고통은 아래로 향한다"며 "나라 전체는 잘 나가는데 정작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번 국면을 단순한 경기 문제가 아닌 정치경제적 과제로 규정했다.

그는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로 재정 여력과 기업 이익을 청년과 취약계층, 미래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숫자는 방향을 보여줄 뿐 선택을 대신해주지 않는다"며 "20여 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번영 앞에서 한국 사회는 새로운 종류의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담회 참석한 정책실장

(울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26.5.13 superdoo82@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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