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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머니' 종착지는 부동산…보유세·양도세 카드 속도내는 정부

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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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 개편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배경에는 최근 인공지능(AI)·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새로운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처럼 집값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단순한 부동산 규제 차원이라기보다는, AI와 반도체가 벌어들이는 초과이익과 초과세수가 향후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을 정부가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결이 다르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임광현 국세청장이 잇따라 부동산 세제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 청장도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언급하며 "임대기간 종료 후에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이 계속돼 매물 잠김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당국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발언이 개별 의견이 아니라 최근 청와대 경제팀 내부에서 진행 중인 고민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 '초과세수 시대' 고민 시작한 경제팀

이번 세제개편 논의에 대한 정부의 문제의식은 의외로 부동산이 아닌 반도체에서 출발했다.

AI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전례 없는 호황 국면에 진입하고 있어서다.

김 실장이 최근 페이스북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1%를 기록했다. 실질 GDP 성장률은 3.8%였지만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3.2%에 달했다.

한국이 생산한 양보다 한국이 벌어들인 소득이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교역조건 개선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와대 경제팀 내부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수년간 이어질 경우 기업 이익과 세수 증가 규모 역시 과거 반도체 사이클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정부가 국민배당금과 초과세수 활용, 세수추계 개혁 논의를 동시에 꺼내든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김 실장이 앞서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기했을 때도 정책당국의 관심은 배당금 자체보다 AI 산업이 창출하는 초과이익과 초과세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세수 부족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특정 산업이 만들어내는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새로운 정책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왜 다시 부동산인가

정책당국이 긴장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가 이미 비슷한 경험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3저 호황기와 2000년대 IT 호황기,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기업 이익 증가와 자산 가격 상승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번에는 대출이 아니라 현금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과 스톡보상, 주식 평가이익, 수출대금 유입 등이 본격화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유동성이 시장에 풀릴 수 있어서다.

김 실장이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청와대 경제팀 안팎에서는 자산시장이 다시 과열될 경우 결국 호황의 과실은 자산 보유층에 집중되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시장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금융권과 부동산시장에서는 반도체 호황과 증시 상승이 결국 고가 주택시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택 수요를 설명할 때 소득과 대출이 핵심 변수였지만 최근에는 금융자산 자체가 새로운 구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이 실제 주택 구매로 이어지는 현상이 점차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공개한 자금조달계획서 분석에 따르면 15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에서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들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6천선 수준이던 코스피가 9천선에 근접하면서 금융자산 보유 계층의 구매력이 크게 늘었다"며 "과거처럼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식 수익을 실현한 현금 부자들이 움직이는 국면이 본격화 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 첫 시험대 '등록임대주택'…세제 개편의 시간표는 2028년

이런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야는 등록임대주택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말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다. 등록 후 일정 기간 의무 임대를 하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와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문제는 의무임대기간 종료 이후에도 상당수 혜택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2020년 등록된 서울 아파트 등록임대주택은 약 6만8천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2만5천가구는 이미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됐고 나머지 4만3천가구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의무임대 종료 이후 일정 기간 매각 기회를 부여한 뒤 세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일정 기간 안에 매각하면 기존 혜택을 인정하지만 계속 보유할 경우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2차 출구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등록임대주택을 먼저 거론하는 데는 공급 일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창릉과 왕숙, 교산 등 3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는 시점은 2028년 이후다. 그 전까지는 수도권 공급 부족 우려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제와 금융 정책을 통해 시장 과열을 억제하면서 공급 공백기를 관리하고, 이후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으로 읽힌다.

결국 최근 국민배당금과 초과세수 활용, 세수추계 개혁, 등록임대주택 제도 손질, 보유세·양도세 개편 논의가 동시에 등장하는 것도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에 정책당국이 주목하는 시점은 하반기다.

과거에는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였다면 앞으로는 금융자산 증가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수 있어서다.

세제당국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급 지급과 수출대금 유입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통계에 잡혔던 소득 증가가 하반기부터는 실제 자산시장 움직임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등록임대주택 제도 개편과 보유세·양도세 조정 역시 단순한 부동산 세제 손질을 넘어 AI·반도체 호황 이후의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함께 봐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담회 참석한 정책실장

(울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26.5.13 superdoo82@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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