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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이란 주식마저 '타코'시킨 트럼프

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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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이란처럼 폐쇄적인 신정국가는 서구식 자본주의를 배제할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놀랍(?)게도 이란에도 증권시장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하면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폐쇄된 테헤란증권거래소는 양측이 휴전을 맺은 이후 5월 19일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이란은 폐쇄적인 국가인 데다 불투명한 경제 구조,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휴지 조각이 돼버린 통화 가치 등 고려해야 할 제반 사항이 많다. 이란 증시의 강세를 보인다고 이란 경제가 낙관적이라고 바로 연결 짓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휴전과 양해각서 체결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란 증시가 급등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은 손해를 보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상당한 재미를 봤다고 시장은 판단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 증시의 전종목 기준 주가지수인 테드픽스(TEDPIX)는 지난 17일(미국 동부시간) 사상 최고치인 510만 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전쟁 이전 최고치 수준이었던 44만8천포인트를 가뿐하게 넘어섰다. 지난 14일 양해각서가 체결되면서 가파르게 매수세가 몰렸고 2거래일 만에 27만3천포인트나 튀어 올랐다.

전쟁 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월 25일과 비교하면 달러화 기준으로 테드픽스는 지난 한 달 동안 거의 50%나 폭등했다. 달러 기준 전 세계 증시 중 최대 상승률이다.

이란 리알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도 약 155만리알까지 강세를 보였다. 한때 달러당 약 180만리알까지 치솟았던 달러-이란 리알 환율도 강하게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의 프론티어 시장 전문 투자기관인 암텔론캐피털은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테드픽스 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만 30%나 급등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통해 이란 정권을 끝장낼 수 있다고 계산할 만큼 경제가 심각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런 랠리는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암텔론의 마체이 보이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터뷰에서 "최근 며칠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이란 브로커들에게 사상 최대 규모의 주문을 쏟아내면서 장 개시 전 '매수 대기 잔량'이 하루 3억~4억달러에 달했다"며 "재개장 이후 개인 자금 유입액이 약 4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란을 겨냥해 서방이 수십 년에 걸쳐 가한 제재,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였던 지난 2018년 핵 합의(JCPOA) 파기 이후 가한 제재로 이란의 자본 시장은 거의 고립된 상태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전무하다시피 했으며 전 세계에서 주식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였다. 일부 주식은 주가수익비율(PER) 1~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란 리알화 가치 또한 2010년대 이후 달러화 대비 가치의 98%를 상실한 상태다. 주식시장 역시 올해 전쟁 발발 전까지 약 30% 폭락한 상태였다. 따라서 달러화 기준으로 보면 이 시장은 여전히 2020년 고점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 달러화 기준 이란 테드픽스 지수 가치 추이

[출처 : 암텔론 캐피털]

이런 상황에서 이란 증시가 급반등한 것은 미국과의 전쟁 결과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선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암텔론은 이번 주 투자자 서한에서 "이란 기업들은 비효율적일 만큼 높은 재고를 유지하고 투자 자금은 거의 전적으로 영업 현금 흐름을 통해 조달해야 했는데 이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가동 중단 사태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이란 디스카운트'의 해소, 거래 비용 감소, 가시성 개선, 신용 촉진, 여기에 기존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just-in-case)' 구조에서 '적기에 조달하는(just-in-time)' 구조로 전환까지 더해지면 이란 내 여러 산업 전반의 마진이 뒷받침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란 기업의 이익과 거시 경제 환경이 제재 완화로 한층 투명해지고 정상화하면 이란 증시의 밸류에이션도 재평가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암텔론은 이란에는 자국내 개인 자금의 거대한 풀이 존재한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부재하고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지만 제재가 해제된다면 더는 이란 로컬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란 시장이 완벽한 유동성을 갖춘 것은 아니고 앞으로의 향방은 휴전 합의 세부안이 어떻게 이행되느냐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면서도 "오랜 세월 동안 전쟁과 긴장이 지속된 이후에 세계의 마지막 거대 프런티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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