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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저신용자 금리체계 개편 중단…신용대출 급증에 '급제동'

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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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총량 관리 '최우선'…우선순위 뒤로 밀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IBK기업은행이 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검토하던 신용대출 금리 산출 방식 개편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가 강조한 '금융의 공적 역할' 확대에 발맞춰 장민영 기업은행장이 현행 신용평가·금리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은행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최근 신용대출이 급증으로 가계대출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제동이 걸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내부적으로 검토해오던 신용대출 금리 산출 방식 개편 논의를 일시 중단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금리 산출 방식 개편에 착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신용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관련 검토를 중단했다"라며 "향후 신용대출 추이를 지켜보며 재검토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장 행장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신용평가와 금리 체계 전반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장 행장은 "3년 동안 동일하게 이자를 제때 상환했다면 저신용 소비자는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한 셈"이라며 "처음부터 저신용자라는 이유만으로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성실 상환 이력에 따라 금리 혜택을 부여하거나 대출 금액별로 차등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용등급만으로 일률적인 가산금리를 적용하기보다 상환 이력 등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금리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장 행장의 발언 이후 관련 제도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내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금액 구간별 금리 차등 적용이 가능한지를 살펴봤다.

여기서 중저신용자는 개인신용평가(CB) 점수 기준 하위 50% 이하 고객을 의미한다.

다른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액 구간별 금리 차등화가 가능한지를 검토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이었다"며 "제도 시행 일정은 최종 확정된 바 없지만 내부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장 행장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권의 이른바 '약탈적 금융'을 지적하며 취약계층 금융 부담 완화를 주문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금융권의 관심을 모았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위험관리와 건전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과 달리 기업은행은 금리 산정 체계 자체를 손볼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금융 환경은 빠르게 달라졌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감소세를 보였던 은행권 가계대출은 2분기 들어 급격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이른바 '빚투' 수요와 수도권 주택 거래 회복이 맞물리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동시에 늘어난 영향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108조3천억원으로 4월 말보다 약 4조원 증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했고, 은행들도 우대금리 축소와 대출 심사 강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 역시 오는 23일부터 신용대출 금리감면 한도를 축소하고, 30일부터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의 금리감면 폭도 최대 0.5%포인트 낮추는 등 대출 관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신용 차주의 금리를 낮추거나 대출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편은 자칫 신용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검토도 잠정 보류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관련 논의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기업은행은 신용대출 추이를 지켜보며 재검토 시기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금융권도 공감하고 있지만, 현재는 가계대출 관리가 금융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됐다"며 "관련 논의가 백지화된 것은 아니지만, 대출 증가세가 진정될 때까지는 추진 시점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장민영 기업은행장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장민영 기업은행장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12 ksm7976@yna.co.kr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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