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이규선 기자 =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돌파하며 상장지수펀드(ETF)를 앞세운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몸집이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핵심 축으로 올라선 이들의 수탁자 책임(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수준은 외형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가 올린 주주제안에 대형 운용사들이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다. 특히 국내 ETF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주제안 찬성률은 업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2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 따르면 국내 10대 운용사의 주주제안 평균 찬성률은 54%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69%)은 물론, 국내 의결권 자문 3사의 평균 찬성 권고율(67%)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자본시장 내 영향력이 큰 상위사일수록 소극적인 행보가 두드러졌다.
주식 수탁고 합계가 638조 원에 달하는 상위 10개사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찬성률은 31%(52건 중 16건)에 그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30%(40건 중 12건)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반면 트러스톤자산운용(86%)과 NH아문디자산운용(78%) 등 일부 중견사는 국민연금을 웃도는 찬성률로 대조를 이뤘다.
문제는 대형 운용사가 쥔 의결권의 무게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금이 ETF로 쏠리면서 대형 하우스의 지분 영향력도 그만큼 확대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이 최근 1년간 지분 5% 이상을 신규 보유했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63곳에 달한다. 그 직전 1년간 신규 지분 공시가 2곳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ETF 자금 유입을 등에 업고 주총장 장악력이 급격히 커진 셈이다.
이날 기준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은 약 409조 원으로,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162조 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137조 원)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약 119조 원이던 주식형 ETF 전체 순자산이 1년 만에 3배 넘게 불어나면서, 두 하우스가 굴리는 자금 역시 같은 기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덩치는 커졌지만, 책임투자 채비는 더뎠다.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도 책임투자 전담 조직 없이 운영하다 올해 2월에야 '책임투자전략팀'을 신설했다. 통합 수탁자 책임활동 보고서도 내지 않다가, 금융당국의 점검 의무화에 밀려오는 7월 첫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학계에서도 거대 패시브 자금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루시안 벱추크(Lucian Bebchuk) 하버드대 교수 등은 거대 패시브 운용사가 막대한 표를 쥐고도 낮은 수수료 구조 탓에 수탁자 책임 활동에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비즈니스 관계를 의식해 경영진에 과도하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운용사는 그룹 계열사나 주요 고객사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경영진에 반대하는 독립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외부 시선에서 벗어나 투자자 수익률 제고와 실질적인 책임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jwchoi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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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jwchoi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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