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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월드컵보다 먼저 열린 車 한일전

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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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월드컵에서 성사 여부를 두고 기대를 모으는 한일전 못지않은 '묘한 경쟁'이 자동차 시장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시장은 모두 자국 브랜드 중심의 구조가 강한 보수적인 곳으로 꼽힌다. 그만큼 수입차 브랜드가 존재감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한때 상대국 시장에서 쓴맛을 봤던 한국 차와 일본 차가 최근 다시 서로의 안방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아 PV5 일본 출시 행사

[출처: 기아]

현대차[005380]는 과거 일본 시장에서 고전 끝에 지난 2009년 사업을 철수했다. 일본 내수 시장의 강력한 자국 브랜드 선호, 경차 위주의 선호도 등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 2022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했다. 절치부심 끝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현대차가 내세운 차별화 지점은 전동화였다. 글로벌 친환경 차 흐름에 올라타는 동시에,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이 순수 전기차(BEV) 전환에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딘 틈을 겨냥했다.

지난 2013년 일본에서 철수했던 기아[000270]도 올해 재진출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대상을 좁혔다. 기아는 PBV(목적 기반 차량)인 PV5를 일본에서 출시하며, '전기 상용차' 선택지가 제한적인 현지 시장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세웠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연간 네 자릿수 판매량을 기록했다. 2009년 철수 당시 연간 수백대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한국에 출시된 토요타 '올 뉴 라브4'

[촬영: 윤은별 기자]

이번엔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에서도 일본 차들의 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들은 2019년 '노재팬 운동'이라는 직접적인 악재를 맞은 바 있다.

닛산은 노재팬 운동 직후인 지난 2020년 철수했고, 혼다는 올해 한국 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고 모터사이클(오토바이) 사업만 남기기로 했다.

다만 한국에 남기로 결정한 일본 차 브랜드의 판매량은 최근 반등하고 있다. KAIDA(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렉서스의 연간 판매량은 노재팬 이후 2022년 7천대 수준까지 쪼그라들었지만, 지난해 1만4천대 수준까지 회복했다.

토요타도 연간 판매량을 6천대 안팎에서 지난해 1만대에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토요타는 최근 LG유플러스[032640]와 협업해 '올 뉴 RAV4'를 국내 출시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LG전자[066570]와 함께 개발한 한국형 커넥티드 서비스를 탑재해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처럼 폐쇄적이던 양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상대국 시장의 빈틈을 찾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 차는 일본에서 전기차와 PBV를, 일본 차는 한국에서 하이브리드와 현지화 소프트웨어를 앞세우는 식이다.

중국 상하이 테슬라 기가팩토리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양국 시장이 모두 맞닥뜨린 공통의 변수도 있다. 바로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의 공세다.

단적으로 토요타와 렉서스는 한국 시장에서 노재팬 이전 판매량, 혹은 그 이상의 수준을 회복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줄었다. 수입차 시장에서 토요타의 점유율은 6%대에서 3%대로, 렉서스는 5%대에서 4%대로 낮아졌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의 약진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테슬라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했고, BYD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본에서도 테슬라는 지난해 1만대 이상, BYD는 3천대 이상 판매했다.

과거 폐쇄적인 양국 시장을 공략할 때 넘어야 할 상대가 해당 국가의 토종 브랜드였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라는 새로운 대형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시장 공략의 난도는 한층 높아졌다.

단순히 토종 업체의 장악력이 덜한 틈새 시장을 찾는 것을 넘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변화와도 맞서야 하는 셈이다.

양국 자동차 브랜드의 분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차는 일본에서, 일본 차는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을 각자 찾고 있다. 이들이 계속해서 살아남아, 각 시장에서 다소 제한적이었던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가길 바랄 따름이다.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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