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목 신설 아닌 기존 세제 활용 부동산 자금 흐름 관리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그 방향성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조정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는 종합부동산세 강화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등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모양새다.
23일 청와대와 정부부처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재명 정부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자산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것을 차단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의 문제의식은 의외로 단순하다"며 "세제 개편의 출발점은 증세가 아니라 자산시장 관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AI와 반도체가 만들어낸 새로운 호황의 과실이 부동산 시장으로 재투자·투기되는 것을 차단하고자 세제를 그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란 얘기다.
다만 그 방식에서 새로운 세제 신설이나 무조건적인 증세로 방향을 확정한 것은 아니란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간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보더라도 보유세 신설 자체는 세제개편의 핵심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망국적인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은 반드시 탈출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6·3 지방선거 직전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결정하며 "비정상으로 인한 불공정한 혜택은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또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서구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에 대해서도 "오래 가지고 있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투기를 권장하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이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부동산 보유를 통해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만큼은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런 문제의식은 최근 김 실장 역시 꾸준히 드러내왔다.
김 실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청와대가 새로운 세목을 만드는 방식보다 기존 세제를 활용해 부동산 자금 흐름을 관리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한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 역시 실거주 중심 과세 체계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비거주 고가 1주택자 문제를 지적해왔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가 실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과도한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는 점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종부세율을 전면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보유세 자체보다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에 가깝다"며 "실거주 목적이 아닌 자산 보유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높이고 실수요자는 보호하겠다는 게 오랜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향후 세제 개편의 초점이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비거주 고가 1주택자 과세 강화 ▲등록임대사업자 혜택 조정 ▲종부세 정상화 순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부 안팎에서 최근 가장 자주 거론되는 분야는 등록임대주택 제도다.
현재 지난 2018~2020년 사이 등록된 서울 아파트 임대주택 약 6만8천가구가 순차적으로 의무임대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일정 기간 내 처분 시 기존 세제 혜택을 인정하되 계속 보유할 경우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급 확대와 세제 정상화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카드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취득세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규 공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등록임대주택과 같은 기존 매물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를 낮춰 거래를 활성화 하는 유인책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역시 유력한 검토 대상이다.
현행 제도는 보유 기간이 길면 실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상당한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 내부에서는 실제 거주 기간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종부세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카드다.
다만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와 같은 전면적 종부세 강화보다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나 과세 기준 손질, 비거주 고가주택 차등 과세 등 보다 정교한 방식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보여주는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했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금융 규제 강화 등을 통해 수요 억제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동시에 창릉·왕숙 등 3기 신도시 공급 확대와 공공주택 공급 계획도 추진 중이다.
결국 세제 개편 역시 단독 정책이라기보다 공급·금융·세제를 결합한 종합 부동산 정책의 일부라는 의미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와 양도세 개편 가능성에 대해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보고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이야기해 왔다"며 "현재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부동산 세제 개편 자체는 정책 검토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AI와 반도체가 만들어낸 새로운 호황 국면에서 늘어난 자산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향할 가능성을 정부가 가장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세제개편안은 단순한 증세·감세 논쟁을 넘어서는 이야기"라며 "실질적으로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철학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올해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세금 관련 안내문 모습. 2026.6.21 cityboy@yna.co.kr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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