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부담 커졌지만 대출 수요 많지 않아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윤슬기 기자 = 은행권에서 채권 발행 유연화 건의가 나오는 것은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대출 수요가 약해진 상황과 관련이 깊다.
23일 채권시장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AAA' 신용등급 은행채 2년물의 민평금리는 전일 4.004%로 작년 말(2.979%)보다 100bp 넘게 급등했다.
통상 은행들은 전년도 4분기 금리 전망과 자금 조달 계획 등을 토대로 이듬해 은행채 발행 물량을 신고한다.
다만 지난해 신고 당시에 비해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서 조달 부담이 커졌지만 대출 수요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시장 관련 정부 규제에 가계 대출이 크게 늘지 않고, 기업들의 대출 수요도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들이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데도 예정했던 물량을 대거 발행할 경우 수급 부담에 채권 금리가 급등할 위험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지난주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채 발행 관련 일괄신고서 규제를 유연하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은행권이 일괄신고서 규제 유연화를 건의한 것은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이날 송고한 '금융당국, 은행채 발행 관련 일괄신고서 규제 완화 검토' 기사 참조)
신용위험이 크지 않은 은행채가 대거 발행될 경우 전반적으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위험이 높은 금융기관의 조달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시장금리가 오를 경우 주택담보대출 등을 끌어 올리면서 서민들의 생활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한은의 강경한 매파 기조에 가파른 금리 인상 기대가 강화된 상황에서 채권 공급까지 쏟아지면서 채권시장에 위기감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재정경제부는 시장 금리가 크게 치솟자 국고채 3년 입찰 당일 물량을 예정보다 9천520억원 축소 발행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다.
최근 중앙그룹의 디폴트 사태도 채권시장의 급격한 약세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채 AAA 2년물과 기준금리 스프레드는 전 거래일 150bp 수준으로, 지난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필요 없는 자금을 은행채로 계속 조달해 전체 채권시장에 긴축 압력을 키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관성대로 규정을 강조하고 위기가 아니라는 말만 계속하는 것은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인포맥스
hwroh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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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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