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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재건③] HBM 아닌 패키징…인텔, AI 반도체로 반격

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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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B 부상·테슬라 14A 보도…수율 검증이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인텔이 노리는 것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가 아니다. 인텔의 시선은 HBM과 AI 가속기, 중앙처리장치(CPU), 주문형반도체(ASIC)를 한 패키지 안에 묶는 최종 통합 시장에 향해 있다.

AI 반도체 경쟁의 병목이 웨이퍼에서 패키지로 옮겨가면서 인텔의 첨단 패키징 전략이 재건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팟캐스트 '노 프라이어스(No Priors)' 인터뷰에서 "또 다른 중요한 병목 현상은 첨단 패키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인 '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를 언급하며 인텔도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이 이석희 전 SK온·SK하이닉스 CEO를 첨단 패키징과 시스템 통합, 백엔드 기술 개발 및 제조 총괄로 영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번 인사는 HBM 사업 진출이라기보다 HBM과 로직 반도체를 묶는 패키징 역량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텔, 신형 프로세서 공개 쇼케이스 개최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HBM 제조 아닌 'HBM 통합'…패키징이 새 전장

AI 가속기는 더 이상 하나의 칩만으로 성능을 설명하기 어렵다. GPU나 ASIC, HBM, 네트워킹 칩, 전력 관리, 열 관리 구조가 하나의 패키지 안에서 맞물려야 한다. 연산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오가느냐다.

HBM과 로직 반도체를 높은 대역폭과 낮은 지연시간으로 연결하는 기술이 AI 반도체의 성능과 공급량을 좌우한다. TSMC의 CoWoS 병목이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기 공급 확대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시장의 주도권은 TSMC가 쥐고 있었다. TSMC의 강점은 2나노, 3나노 같은 선단 공정만이 아니다. 선단 공정과 CoWoS를 묶어 AI 가속기와 HBM을 통합 공급하는 '노드-패키징 번들'이 핵심 경쟁력이다.

인텔이 다시 꺼내든 카드는 EMIB다. EMIB는 여러 칩을 하나의 큰 실리콘 판 위에 올리는 CoWoS와 달리, 칩 사이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연결 부위에만 작은 실리콘 조각을 넣어 이어 붙이는 기술이다. 큰 판을 쓰지 않아 비용과 공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칩 간 고속 데이터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고성능 GPU 시장에서는 CoWoS가 주류가 됐지만, CoWoS 공급이 빠듯해지고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대안 패키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텔 대만 40주년 기념행사서 발언하는 립부 탄 인텔 CEO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테슬라 14A·구글 TPU 보도…수주 기대도 부상

최근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 수주 기대를 키우는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테슬라가 오스틴의 테라팹 AI 칩 프로젝트에 인텔의 차세대 14A 공정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약이 현실화할 경우 인텔 14A 기술의 첫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도 2028년 300만개 이상의 전용 칩 'TPU' 제조를 인텔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역시 네 개의 그래픽 칩을 하나의 유닛으로 결합하는 차세대 프로세서에 인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엔비디아는 아직 주문을 넣은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소식은 인텔이 당장 TSMC의 주력 고객을 빼앗아 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테슬라, 구글,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가 인텔의 선단 공정이나 패키징을 검토하거나 일부 주문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인텔 파운드리에는 중요한 신호다.

특히 구글과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가 자체 AI ASIC과 추론용 가속기를 확대하면서 고객별 맞춤형 패키징 수요도 늘고 있다. 모든 고객이 같은 형태의 초대형 GPU 패키지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비용, 납기, 설계 유연성, 공급망 다변화를 중시하는 고객에게 인텔의 패키징 기술은 다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인텔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파운드리는 신뢰 사업"…수율·납기 입증해야

다만 실제 고객 물량 확보는 별개의 문제다. 엔비디아와 AMD의 주요 물량이 단기간에 TSMC CoWoS 생태계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TSMC의 양산 경험과 고객 신뢰, 생태계는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탄 CEO도 파운드리 사업의 본질을 신뢰로 규정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파운드리 사업은 서비스 사업이고 신뢰 사업"이라며 수율과 결함 밀도, 사이클타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율이 좋지 않으면 고객은 매출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탄 CEO는 AI 시대에 CPU 역할도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CPU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 AI 학습 중심 구조에서 CPU와 GPU 비율이 1대 8이었다면 앞으로는 1대 4, 나아가 1대 1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를 조율하고 강화학습과 추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CPU의 역할이 재부각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텔의 재건은 과거 PC CPU 왕국의 복원이 아니다. CPU,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시스템 통합을 묶어 AI 인프라 제조사로 다시 서려는 시도다.

인텔의 반격이 현실화한다면 시작점은 선단 공정보다 패키징일 가능성이 크다. HBM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HBM과 로직을 묶는 최종 통합을 장악하는 것. 인텔이 이석희 영입과 첨단 패키징 조직 강화에 힘을 싣는 이유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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