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엔 삼성 출신, 패키징엔 이석희…"속도·책임성" 강화
[※ 편집자주 =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역량으로 옮겨가면서 인텔의 재건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때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던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과 AI 패키징 기술을 앞세워 반격을 모색하고 있지만, 수율 안정화와 대형 고객 확보,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다. 연합인포맥스는 3회에 걸쳐 인텔의 위기와 재건 전략, 파운드리 승부수, AI 패키징 시장에서의 반격 가능성을 짚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인텔이 삼성전자[005930]와 SK그룹 출신 반도체 베테랑을 잇달아 영입하며 파운드리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4월 삼성전자 파운드리 출신 한승훈(Shawn Han) 부사장을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수석부사장 겸 총괄로 영입했다. 한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30년 이상 반도체 경력을 쌓았으며, 최근에는 삼성 파운드리 영업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지난 18일에는 이석희 전 SK온·SK하이닉스[000660] 최고경영자(CEO)를 인텔 파운드리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수석부사장은 립부 탄 인텔 CEO에게 직접 보고하며, 첨단 패키징과 시스템 통합, 백엔드 기술 개발 및 제조를 총괄한다.
두 인사의 역할은 명확히 갈린다. 한 부사장은 외부 고객 확보와 파운드리 영업 전선에, 이 수석부사장은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병목으로 떠오른 첨단 패키징과 후공정에 배치됐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삼성은 고객, SK는 패키징…한국 인재 전진 배치
인텔의 한국 인재 영입은 파운드리 재건에 필요한 두 축을 보강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 부사장 영입은 고객 확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고객 신뢰다. 고객은 공정 성능뿐 아니라 설계 지원, 수율, 납기, 문제 발생 시 대응 속도까지 고려한다.
인텔은 오랜 기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보유한 회사였지만, 외부 고객을 상대로 한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에 밀렸다. 공정 로드맵은 있었지만, 고객 요구에 맞춰 설계 지원과 양산 대응, 수율 안정화까지 책임지는 파운드리형 조직문화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한 부사장이 삼성 파운드리에서 고객 영업과 대응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인텔이 외부 고객 접점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 수석부사장 영입은 첨단 패키징 강화와 맞닿아 있다. 그는 SK하이닉스에서 HBM 사업을 이끌었고, 이후 SK온 CEO를 맡았다. 인텔에서는 첨단 패키징과 시스템 통합, 후공정 기술 개발 및 제조를 총괄한다.
특히 이 수석부사장이 립부 탄 CEO에게 직접 보고한다는 점은 인텔이 패키징을 단순 후공정이 아니라 전략 사업으로 끌어올렸다는 해석을 낳는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립부 탄 "문화 바꾸고 속도 높여야"
이번 인사는 립부 탄 CEO가 추진하는 조직 개조의 하나로도 해석된다. 인텔을 다시 엔지니어링 중심 회사로 돌리고, 고객 요구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파운드리 조직으로 바꾸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탄 CEO는 최근 AI 전문 팟캐스트 '노 프라이어스(No Priors)' 인터뷰에서 인텔 재건의 첫 과제로 문화 변화를 꼽았다.
그는 "첫째는 문화를 바꾸는 것이고, 책임감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며,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문화에 익숙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환경을 선호한다"며 "관료주의적 절차와 겹겹이 쌓인 회의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엔지니어링 조직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첫날부터 모든 엔지니어링 보고서를 저에게 제출하도록 했다"며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인텔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과거 인텔은 PC와 서버 CPU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누렸지만, AI 반도체 시대에는 엔비디아와 TSMC, AMD,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더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 구도에서 인텔이 다시 존재감을 회복하려면 내부 중심의 제품 개발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때 만들고, 수율과 납기를 책임지는 제조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
탄 CEO가 직접 인재 영입을 챙기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인재들을 직접 영입하고 있다"며 헤드헌팅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심 보직을 외부에 맡기지 않고 직접 선별해 배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기술 로드맵보다 실행력…수주 회복이 관건
인텔의 최근 인사는 파운드리 재건에 필요한 기능을 보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부사장은 고객 확보와 영업 전선을, 이 수석부사장은 첨단 패키징과 후공정 역량을 맡는다. CEO 직속 엔지니어링 체제까지 더해지면서 기술 로드맵뿐 아니라 실행력과 고객 대응 체계를 함께 손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출신 인재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고객 영업과 선단 공정 경쟁 경험을 갖고 있고,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AI 반도체 수요를 실적으로 연결한 경험이 있다. 인텔 입장에서는 고객 확보와 첨단 패키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보강할 수 있는 인재 풀이다.
다만 인재 영입만으로 파운드리 재건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 수주와 양산 신뢰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 파운드리 고객은 기술 발표보다 수율과 납기, 장기 공급 안정성을 본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조직과 인재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외부 고객의 양산 물량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SK 출신 인재 영입이 인텔 파운드리의 고객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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