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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의 뷰포인트] '비밀의 사원' 앞에 선 시장의 변동성

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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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체제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 결정 자체보다 연준이 이제까지 쌓아온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워시 의장은 첫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경로 안내(가이던스)를 폐기하고 성명서를 대폭 축소하며 점도표에 대한 의도적 무시 등 많은 변화를 보였다. 워시 의장의 이 같은 '체제 전환(Regime change)'의 핵심은 신비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 시절 연준을 지칭했던 '비밀의 사원(Secret Temple)'이 다시 부활한 것이다.

워시 의장이 소통의 장막을 닫아걸고 그린스펀식 '건설적 모호성'을 택한 이유는 '정치적 방어막'의 구축으로 해석된다. 조지 W. 부시 백악관 보좌관 출신으로 워싱턴 권력의 생리를 잘 아는 워시 의장은 연준의 패를 명확히 오픈하면 제롬 파월 전임 의장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스템과 데이터에 의해 결정되며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식으로 모호성의 연막을 치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연준의 정책을 비판할 논거를 쉽게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워시의 침묵과 모호성은 또 다른 의미에선 정권의 외풍으로부터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워시가 구축한 이 정치적 방어막이 시장에는 도리어 통제 불능의 '깜깜이 변동성'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연준이 아무런 신호를 주지 않으면 시장은 제멋대로 연준의 의도를 해석해 날뛰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이 연준의 생각과 완전히 어긋난 방향으로 오판하여 폭주하다가 나중에 이를 강제로 뜯어고치는 과정이 자주 발행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시장이 발작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 그린스펀 의장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발언은 연준의 신비주의가 시장을 뒤흔들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1996년 12월 미국 증시가 급등세를 보이자, 그린스펀 전 의장은 장황하고 지루한 학술 연설 중간에 "주식시장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언제 알아차릴 수 있겠느냐"는 모호한 질문을 슬그머니 던졌다. 금리 인상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채 던진 이 발언을 전 세계 주식시장은 연준의 매파적 신호로 해석하며 일제히 폭락하는 대발작을 겪었다. 앞으로 워시 체제의 연준에서 이와 같은 장면을 자주 보게 될 수도 있다.

밥 미셸 JP모건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명성이 낮아진다는 것은 더 많은 추측과 불확실성, 변동성, 이벤트 리스크에 따른 프리미엄을 의미한다"며 "시장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도 워시 의장이 신설한 소통 개편 태스크포스(TF)와 관련해 앞으로 기자회견 횟수 축소와 덜 구체적인 소통, 채권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려는 의도적인 행보가 이어지며 금리 변동성이 눈에 띄게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매크로 헤지펀드 업계는 벌써부터 '원하는 장세가 왔다'며 환호하는 분위기다. 연준이 힌트를 주지 않는 만큼 중앙은행의 행보를 먼저 정확히 예측하는 플레이어가 막대한 수익을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시 의장 혼자 입을 닫는다고 연준 전체가 조용해지는 것은 아니다. 12개 지역 연은 총재들과 이사들의 입까지 워시 의장이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밀의 사원' 시절 그린스펀 의장과 현재는 다르다. 당시는 그린스펀 의장 말고 다른 위원들이 지금처럼 공개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금기시돼 왔다. 월가의 한 전문가는 연준 내 다른 인사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시장은 연준의 속내를 해석하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도 극심해질 전망이다.

파월의 연준이 시장의 손을 잡고 가던 '친절한 내비게이터'였다면, 워시의 연준은 연막탄을 던지는 '신비주의 제사장'에 비유할 수 있다. 변화한 정책환경에서 시장의 화두는 예측 불가능성과 변동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 이장원 선임기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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