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인공지능(AI) 호황으로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며,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24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올해 실질성장률은 3%, 명목성장률은 10%대가 전망되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기록하고 있고 수출은 세계 5위권으로 올라섰으며 코스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과가 커질수록 새로운 과제도 부각되고 있다"며 "AI 시대의 초과이윤과 분배 문제, 심화되는 K자 성장, 부모보다 가난한 청년 세대, 지방소멸 문제까지 과거의 문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현재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상황을 '낯선 풍경'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성장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가 지배적이었지만, 반도체와 AI가 이끄는 성장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정책의 초점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반도체·AI 호황이 단순한 경기순환인지, 아니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경로 자체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전환의 시작인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만약 산업구조 재편의 시작이라면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며 "AI 시대에는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AI 컴퓨팅 인프라, 첨단 제조 클러스터, 인재양성 체계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방식과 다른 대규모 투자와 범정부 프로젝트, 선택과 집중, 생산적 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국가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도 강하게 드러냈다.
김 실장은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제기한 'AI 부를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A guide to redistributing AI wealth)'라는 화두를 언급하며 "AI는 국가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이 그 혜택을 동일하게 누린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부유해지는데 일부 국민은 성장의 흐름에서 멀어지고 경제지표는 개선되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은 줄어들지 않는 상황, 이것이 K자 성장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시대에 맞는 사회정책과 노동정책, 초과세수 활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와 미래세대를 위한 저축, AI 전환 과정에서의 복지 지원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되는 초과세수 활용론과 국민배당금 논의, 미래세대 투자 확대 구상 등도 같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금융의 역할 변화도 주문했다.
그는 "신용등급이라는 불완전한 과학의 이름으로 절박한 이들을 배제하고 회피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온당한지 고민해야 한다"며 "금융은 위험을 관리하는 기능뿐 아니라 생산적인 곳으로 자본이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금융과 혁신기업 지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균형발전에 대해서는 AI 시대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수십 년 동안 인구와 자본, 산업과 교육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수도권은 과밀화됐고 지방은 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며 "부동산 문제와 교육격차, 청년 문제 상당 부분도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AI 시대 산업은 막대한 전력과 부지,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필요로 한다"며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재생에너지와 미래 전력망은 오히려 지방의 강점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화 시대 제조업이 지방에서 시작됐듯 AI 시대의 새로운 산업지도 역시 지방에서 다시 그려질 수 있다"며 "지방균형발전을 복지 차원이 아닌 새로운 성장전략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연설 말미에 "어쩌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미래를 경험하고 있는 나라일지도 모른다"며 "AI와 초과이윤, K자 성장, 지방소멸, 초고령화라는 문제들이 동시에 우리 앞에 도착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제기한 문제들은 답이라기보다 질문에 가깝다"며 "대한민국이 차원이 다른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해답의 단초를 함께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4 dwise@yna.co.kr
jsjeong@yna.co.kr
정지서
jsjeo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