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0%와 1.02%만 남았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최근 공시를 통해 내놓은 숫자다. 바로 BGF와 BGF리테일이라는 이름으로 보유하고 있는 홍 회장의 현재 지분율이다.
BGF는 이번 지분매각 공시를 통해 홍석현 회장이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됐다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단순한 지분 처분이 아니라 20년간 이어 온 두 형제 기업 간의 자본으로 얽힌 혈연관계가 단절되는 과정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동생 홍석조 회장이 이끄는 편의점 CU의 지주사 BGF[027410]의 지분을 단 한 주도 남기지 않고 팔았고, 사업회사인 BGF리테일[282330] 지분도 1.02%로 줄였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차익 실현이 아닌 침몰하는 미디어 제국을 구하려는 오너가의 마지막 현금 확보로 읽는다.
최근 타임라인은 긴박했다. JTBC가 206억 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에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것이 지난 12일이다. 홍 회장은 디폴트 선언을 전후해 지주사인 BGF 주식 102만1천212주를 11일부터 17일까지 닷새에 걸쳐 전량 장내 매도해 약 42억 원을 확보했다.
지분 매각은 멈추지 않았다. BGF 지분 매각이 끝난 하루 뒤, 18일부터는 알짜 사업회사인 BGF리테일 지분 37만878주마저 세 차례로 쪼개 장내 매도로 쏟아냈다. 리테일 지분 매각으로만 약 430억 원이 손에 쥐어졌다. 두 종목을 합쳐 보름 새 쥐어짜 낸 현금이 47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디폴트의 뇌관은 JTBC였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습과 TV 광고 시장의 구조적 수축이라는 이중 압박에 수천억 원대 스포츠 중계권 독점이라는 무리한 베팅이 더해지며 재무 구조가 무너졌다. JTBC가 불을 당기자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계열사 5곳이 줄줄이 법원 문을 두드렸다. 총차입금 약 2조8천억 원을 짊어진 그룹의 현금 파이프라인이 통째로 막힌 것이다.
홍석현 회장의 이번 지분 매각이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금액 때문만이 아니다. BGF는 중앙그룹과 출발선을 공유하는 기업이다. 중앙일보를 창간한 고 홍진기 회장이 투자해 세운 보광이 모태가 되기 때문이다.
고 홍진기 회장의 슬하에는 4남 2녀가 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뒤 중앙일보사 회장으로 미디어 제국의 토대를 일군 그는 자녀들에게 미디어·유통·금융·소재로 대표되는 기업 생태계의 씨앗을 남겼다.
장녀 홍라희 여사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배우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친이다. 장남이자 둘째인 홍석현 회장이 중앙그룹을 총괄하는 중앙홀딩스를, 차남 홍석조 회장이 BGF그룹을 지금까지도 이끌고 있다. 셋째 홍석준 회장은 보광창업투자를, 넷째 홍석규 회장은 보광그룹을 맡고 있다. 부친이 언론으로 닦은 기반 위에 자녀 세대가 각자의 영역에서 재계 지형을 넓혔다는 점에서 홍씨 가문은 전후 한국 재계사에서 보기 드문 다각화된 혈연 기업 생태계를 이뤄왔다.
지난 2006년 홍석조 회장 주도로 중앙그룹에서 계열 분리가 이뤄진 뒤에도 홍석현 회장은 BGF와 BGF리테일 지분 일부를 매각하지 않고 보유해 왔다.
그렇게 이어졌던 연결 고리가 이번에 끊어졌다.
중앙그룹의 위기는 한 미디어 그룹의 실패로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차입 의존 성장을 모델로 덩치를 키운 국내 콘텐츠 업계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 중앙그룹이라는 극적인 형태로 분출된 대표적인 사례이자 역사적인 사건이다.
홍 회장이 혈연관계로 얽혀 있는 지분을 매각하며 가문의 유산을 털어 내는 과정에서 남긴 숫자들은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증언하고 있다.(산업부 차장)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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