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체감도 높이기 위해 기준 바꾸고도 미착공 물량에 시각차
착공 물량 매년 감소에도 최근에야 현장애로 해소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주택 공급의 기준을 바꿨다. 지난해 9·7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 공급의 기준을 종전의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전격 전환한 것이다. 그간 인허가 기준으로 산정한 공급 물량이 정책 체감도가 낮고 실제 준공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안고, 주택공급의 국민 체감도와 실현가능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인가와 착공이 줄어들고, 공급량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신축이든 택지개발이든 재건축·재개발이든 속도를 빨리 내야한다"고 말했다. '진짜 공급'인 착공의 속도를 높여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언이다.
그러나 최근 한 건설산업 세미나에서 나온 국토교통부 실무 관계자의 발언은 이러한 정부의 핵심 기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지난 1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개최한 '2026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한 국토부 실무 관계자는 건산연이 발표한 '규제지역 내 인허가 후 미착공 물량 30만호'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정절차상 인허가 이후 토지 조사 등 현장 조사와 설계도면 발전 등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하므로, 이러한 절차들을 밟고 있는 물량까지 모두 착공 지연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관료의 시각에서는 서류상 사업계획 승인 도장이 찍힌 후 실제 첫 삽을 들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실제 착공 지연의 세부 맥락을 살펴보면 시장 상황은 가볍지 않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등 규제지역에서 인허가 후 미착공 지연 물량은 32만3천호다.
이 중 10만호 가량이 1년 이상 지연됐고, 2년 이상 지연된 물량은 6만6천호로 파악됐다. 인허가 후 미착공 물량의 절반 가량이 최소 1년 이상 지연된 셈이다.
공급이 가장 절실한 서울로만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서울의 경우 1년 이상 지연된 미착공 물량은 6만7천호, 2년 이상 지연된 물량은 4만3천호로 총 11만호에 달한다.
서울 미착공 물량(19만호)의 약 58% 가량이 최소 1년 넘게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연 여부를 떠나 시장의 착공 물량 자체가 매년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처:KB부동산, 국토교통부]
KB부동산이 국토부 착공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2021년 62만1천870호에 달했으나 지난해 27만8천957호로 급감했다.
올해 1~4월 누적 착공 물량은 7만3천853호로 지난해의 약 26.5%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의 정책 기조와 실무 부처의 박자도 어긋나고 있다.
지난달 국토부는 현장의 미착공 애로사항을 파악해 대처하겠다는 취지로 현장 애로해소 지원센터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실무 부처가 공급 기준을 '착공'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발표한 지 반년이 넘게 지나고, 임기 반환점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왜 현장에서 착공이 이뤄지지 못했는지 고질적인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에서 언급했듯 착공 지연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인허가 수치가 화려하게 집계되더라도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종이 위의 숫자'일 뿐이다.
착공 후 준공으로 가는 길이 고된 것도 문제다.
착공과 준공이 함께 밀리는 사이 수도권 입주 물량은 감소 중에 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8만8천49호로 지난해(11만8천858호) 대비 약 26% 감소했다.
인허가 수치가 기저효과 등으로 호전되더라도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시장이 체감하는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주거 부담이 급증하고 전월세난 등 주거 불안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투정섞인 관료의 목소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착공 실적과 이를 견인할 정밀한 행정 지원이다.(산업부 한이임 기자)
yyhan@yna.co.kr
한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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