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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부의 '닥치고 짓는다'는 어디까지 통할까

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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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아니, 닥치고 지어야죠. 닥치고 지어야 됩니다."

지난 2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이다. 정부 출범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펼쳤지만, 수도권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잡히지 않자 해법을 공급에서 찾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그간 주택 공급 환경이 녹록지 않았단 점도 함께 밝혔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고금리 국면을 거치면서 공급 준비량이 이전보다 부족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전문가가 공급 부족을 부동산 가격 강세 배경으로 지목할 정도로 진단은 타당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주택을 짓는 땅에 사는 사람들의 동의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다.

'닥치고 짓겠다'는 말이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부지처럼 거주민이 없는 땅도 적지 않다.

정부가 노리는 곳은 청년·신혼부부 등의 수요를 흡수할 핵심지다. 사람이 사는 곳을 비워야 하니 주민 반발이 불가피해진다. 주민 동의를 어떻게 구할지가 중요해진 이유다.

서리풀2지구는 그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다.

송동마을과 식유촌이 있는 서리풀2지구는 지난 1971년 그린벨트로 묶였고, 1980년대에는 집단취락지구로 지정돼 건물 증축 등에는 한계가 따랐다. 대부분 단독주택으로 남은 서리풀2지구를 정부는 2024년 11월 공공개발 후보지로 선정하고 강제수용을 예고했다.

당시 정부가 공식 설명회를 열거나 주민 대표를 만나 의논한 적이 없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규제로 묶어두다 한순간 '닥치고' 강제수용한다며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기도 하다.

속도가 능사는 아니란 점을 서리풀2지구는 이미 보여줬다.

지난 11일 국토부가 서리풀2지구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자, 대책위는 행정 소송과 성당 앞 망루 시위 등 장기전을 예고했다.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발언한 김용범 실장도 이미 그 실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관훈 토론회에서 "다 반대하면 청년들은 어디 가서 사느냐"고 반문했고, "필요하다면 저라도 직접 가서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며 개발 당위성을 강조했다.

'닥치고 공급'이 이미 정해진 길이라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다. 반대를 설득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29 대책의 3분의 2 가량은 이미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거나, 과거 정부에서 발표했지만 무산된 사업들이 대부분이었다. 노원구 태릉CC, 용산 국제업무지구 부지 등이 대표적이다. 협의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며 용산, 과천, 노원 3개 지역 주민들은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태릉CC는 문재인 정부가 8.4 대책으로 공급을 추진하려 했다 공청회마저도 열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서리풀2지구에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단 점이다.

서리풀2지구 대책위는 기자간담회에서 반대가 아닌 존치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구 내 2천호 공급이란 목표를 조정한다면 존치와 개발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듭된 실패의 한 사례보다는, 정책 추진력에 힘이 실리는 성공 사례가 정부에게도 지금 필요하지 않을까. 다른 의미로도 서리풀2지구가 주목받는 이유다.(산업부 정필중 기자)

우면동 성당 앞 모습

[촬영: 정필중 기자]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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