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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의 단상] '10조원'과 '500억원'

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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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해당 상품(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극심한 회전율로 증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해당 상품의 회전율이 높을 때는 200%에 가까웠고, 이를 통해 증권사가 취할 수 있는 매매수수료가 많게는 10조원 수준이 될 것이다.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이찬진 금융감독원장)

#.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증권사만 배를 불린다고 하는 것은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수수료는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5월27일(상장일) 이후 데이터를 보면 (지금까지) 약 500억원 정도가 된다. 증권사는 어떻게 보면 브로커업자로 주변에서 비판의 말이 나와도 라이선스를 받아 시장이 열리면 그에 따라 행동을 한다."(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

발언하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책임 공방의 시작인가. 이찬진 금감원장은 증권사들이 레버리지 상품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고 지적했고, 증권업계를 대변하는 금투협회장은 증권사들이 정당하게 라이선스받아 하는 일인 데다 수수료 규모에서도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수수료 10조원과 500억원. 사실 계산방식의 차이에서 나온 숫자일 뿐이다. 금감원은 연간 회전율을 가정해 잠재적인 수익을 추산한 것이고, 협회는 상장 이후 실제 누적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수치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 이 논쟁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감독당국자의 태도에 있다.

이찬진 원장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와 관련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다", "반성한다", "후회한다"고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단기조정을 보이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다. 금감원 주장대로 이들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크게 오르게 할 수도, 급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국증시 대표종목의 급등락은 이른바 '롤러코스피'의 주된 이유가 된다. 변동성 확대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니, 이를 우려하면서 나온 발언일 것이다. 그럼에도 감독당국자로서 발언 수위를 조절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승인을 받은 상품이다. 이 상품의 도입은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규정 개정 사안이어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야 했다. 금감원장은 재정경제부 차관과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함께 금융위 정례회의에 참석하는 당연직 구성원이다.

연합인포맥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28일 열린 금융위 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골자로 한 '비대칭 ETF 규제 해소방안'을 보고받은 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낸 기록은 없다. 한 위원이 "국내 첫 도입인 만큼 손실 관련 시나리오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상품 자체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투자 과열 우려는 없었다. 해당 ETF 도입논의에 직접 참여했던 감독 당국의 수장이 이제 반성문을 쓰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하게 된 당시 상황도 다시 돌아봐야 한다. 이 상품은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해외에선 이미 개별종목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었고,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다. 특히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들며 고환율 국면이 지속되던 시점이었다. 금융당국은 해외 ETF로 빠져나가는 투자 자금을 국내로 유인하고, 환율 불안 요인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했다. 단순히 투기성 상품이 아니라 자본유출 방지와 시장 다양화라는 정책적 목적을 지닌 상품이라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원장의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발언은 당시 정책의 취지를 외면한 채 결과 만을 문제 삼은 것이나 다름없다.

레버리지 ETF는 본질적으로 고위험 상품이다. 금감원을 비롯한 관계 당국은 승인 당시부터 부작용 최소화 방안을 고민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이 있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뒤늦게 정부 탓, 증권사 탓, 투자자 탓을 하는 건 감독당국자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관계 당국의 입장이 파편화해서 나오면 시장은 이를 정책 실패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훼손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수장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언어를 써야 한다. 시민운동가의 언어가 아니라 시장과 정책을 조율하는 언어가 필요하다. (편집국장)

chhan@yna.co.kr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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