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평일 오전부터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구름이 해를 가려 따가운 직사광선은 면했지만 그렇다고 응원의 열기까지 식은 건 아니었다.
"5천만이 하나 되는 시간, 대한민국 화이팅!"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오전 9시 30분 을지로 달맞이광장바베큐 본점에 200명의 축구 팬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촬영: 정수인 기자]
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나누는 사람들부터 "아자아자" 울부짖는 목소리까지. 경기 시작 전부터 현장은 이미 들썩이고 있었다.
카스 뷰잉펍 행사는 지난 12일 체코전, 19일 멕시코전에 이어 우리나라 대표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이어졌다. 평일 오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팬들은 붉은 응원복을 다 함께 입고 대형 스크린 앞으로 모였다.
"2대 0으로 이길 것 같아요. 후반전에 손흥민이 한 골 넣을 거예요."
한 시민이 자신 있게 던진 예상에 주변에서 박수가 터졌다. 한쪽에서는 "대한민국"하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같은 테이블이 아닌 사람들끼리도 잔을 부딪치러 옆자리로 건너갔다.
인기 축구 크리에이터 김진짜와 아나운서가 쉴 새 없이 입중계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5분마다 자리에서 누군가 일어나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번엔 진짜 이겨야 해"라는 목소리가 그사이를 비집고 들렸다.
사람들은 점차 자리를 고쳐 앉고 몸을 대형 스크린 쪽으로 돌렸다. 붉게 오른 볼을 부채질하며 "더워서 그래요"라며 웃는 이도 있었다.
[촬영: 정수인 기자]
골키퍼 김승규가 몸을 날려 선방을 펼치자 환호성이 터졌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에 답답함을 맥주 한 잔으로 삼키는 이들도 있었다. 한 회사에서 다 같이 놀러 왔다는 한 무리는 옆 테이블에 딸기빙수를 한 컵씩 나눠줬다. "열 식히게 한 컵씩들 하세요"라고 하자 웃음이 터졌다.
후반전이 시작되며 손흥민, 김진규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특히 월드컵 데뷔전에 나선 옌스 카스트로프까지 투입되면서 행사장은 다시 한번 열기가 끓어올랐다. 비슷한 시각 멕시코와 체코의 경기에서 멕시코의 득점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또다시 건배를 나눴다.
그리고 이어진 0대1. 점수가 벌어지는 순간, 환호로 가득했던 공간에 일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던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의자에 앉았고,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도 조용히 사라졌다. 대표팀은 이후 총공세를 펼쳤지만 끝내 휘슬이 울렸다.
가라앉은 분위기는 참여형 이벤트인 '와이드 컵'이 다시 끌어올렸다. 가장 크게 환호한 참석자를 인공지능(AI)으로 찾아내 입 크기를 측정하고, 1mm당 카스 한 캔씩을 증정하는 이벤트다. 이날은 76㎜, 77㎜, 79㎜, 82㎜, 85㎜ 그리고 88㎜까지 응원하던 이들이 각각 상품을 받아 갔다.
행사까지 마쳤지만 사람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누군가는 빈 잔을 매만지며 공허한 눈으로 스크린을 바라봤고, 누군가는 옆 사람과 32강 진출 가능성을 두고 나직이 셈을 했다. 그럼에도 처음 보는 이와 잔을 부딪히고 같은 순간에 숨을 죽이고 함께 일어섰다가 주저앉은 평일 아침의 기억은 월드컵의 한 페이지로 오래도록 남을 듯했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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